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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한 자극으로 포항지진 촉발”…檢, 연구 책임자 등 5명 불구속 기소

입력 | 2024-08-19 10:44:00

24일 오후 지진 피해를 입은 경북 포항시 북구 환호동 대동아파트 외장 벽돌이 떨어져 나갔다. 대성아파트는 지진으로 건물 3개동이 3~4도 가량 기울었으며, 안전진단 결과 붕괴 위험이 높다는 판정을 받아 주민들이 이주를 시작했다. 2017.11.24/뉴스1


검찰이 2017년 발생한 최대 규모 5.4의 경북 포항시 지진과 2018년 이어진 여진을 지열발전 연구 과정에서 촉발된 것으로 보고 관련 사업 총괄책임자 등을 불구속 기소했다. 연구 과정에서 사용된 기법이 보다 큰 규모의 지진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예상했음에도 해당 기법을 계속 실시한 것 등에서 포항 지진이 발생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인재(人災)였다는 것이다.

대구지검 포항지청은 19일 포항 지열발전 연구 사업 주관기관 등 3개 업체·기관 소속 5명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관리 및 감독 기관인 주무 부처와 전담 기관 담당자들은 “업무상 과실이 인정되기 어렵다”는 이유로 불기소 처분됐다.

당시 포항의 지열발전 연구 사업 주관기관 대표, 연구원 등은 2016년 초부터 해당 연구 부지에 2층 단층대가 있다고 보고 두 지열정(PX-1, PX2)을 이용한 수리 자극 등의 방법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수리 자극은 유체를 고압으로 암반 내 주입해 암반의 투수율을 증가시키는 기법이다. 이에 따라 크고 작은 규모의 유발 지진이 발생하곤 한다.

이에 대해 검찰은 연구소 대표와 연구원들이 “그곳에 수리 자극을 진행할 경우 큰 규모의 지진이 일어나 주변 지역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예상했음에도 수리 자극을 계속 시행했다”며 “(포항 지진과 여진은) 여러 과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 인재(人災)임을 규명했다”고 전했다.

검찰은 주요 과실 사항으로 유발 지진 발생 사실에 대한 상급 기관 보고를 부적절하게 하고 지진 위험도 분석 등 안전 조치 사항을 소홀히 했으며 성공 평가를 받기 위해 5차 수리 자극 주입량을 계획보다 1400톤(t) 더 많은 1만 7200t으로 늘린 점을 들었다. 또 실시간으로 유발 지진을 관측하고 분석해야 함에도 이를 위한 지진계 유지와 관리·분석을 소홀하게 했으며 유발 지진을 관리하기 위한 신호등 체계(Traffic Light System)를 준수하지 않았다고 봤다.

경북 포항시 지진 피해지역인 북구 환호동 대동빌라 이재민들이 26일 오전 정부와 포항시가 마련해 준 임시 거처인 LH임대 아파트로 이삿짐을 옮기고 있다.2017.11.26/뉴스1



앞서 2017년 4월 15일 포항에서 규모 3.1의 지진이 발생했다. 같은 해 11월 15일에는 포항 북구 홍해 읍에서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했고, 2018년 2월 11일에는 규모 4.6의 여진이 나 다수의 포항 시민이 다쳤다. 당시 1978년 국내 지진 관측 이래 역대 최대 규모와 두 번째 규모의 지진이 1년여 간격으로 발생하면서 한반도가 더 이상 ‘지진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조사연구단은 그러던 2019년 3월 “포항 지진은 지열발전 연구 사업 과정에서 촉발된 지진이다”라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2020년 4월 감사원의 감사 결과 발표 전까지 고발장 접수, 현장 압수수색 등이 진행됐다. 이후 2021년 7월 포항지진진상조사위원회는 수사 요청 서류를 검찰에 제출했고, 검찰은 1, 2차 피해자 81명을 특정해 피해 경위를 조사했다.

이예지 동아닷컴 기자 leey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