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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이겨낸 50대 환경미화원, 4명에 새 생명 선물하고 떠나

입력 | 2024-08-19 10:31:00

사진=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어릴 적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허리가 휘는 장애를 갖고 있던 50대 환경미화원이 뇌사장기기증으로 4명에게 새 생명을 선물하고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해 12월 8일 고려대학교안산병원에서 김연화 씨(58)가 뇌사장기기증으로 4명의 생명을 살리고 하늘의 천사가 되어 떠났다고 19일 밝혔다.

김 씨는 2023년 11월 갑작스러운 심정지로 쓰러져 급히 병원으로 이동해 치료를 받았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상태가 되고 말았다.

가족들은 생전에 생명 나눔에 동참하고 싶어 했던 김 씨의 뜻에 따라 기증에 동의했고, 뇌사장기기증으로 심장, 간장, 신장(좌, 우)을 기증해 4명의 생명을 살렸다.

김 씨의 가족들은 뇌사상태라 다시 회복할 수 없다는 말을 듣고 이대로 떠나보내기보다는 김 씨가 어디에선가 살아 숨 쉬길 원했다.

또한, 김 씨가 쓰러지기 10개월 전에 가족과 함께 기증희망등록을 하면서 삶의 끝에서 누군가를 살리는 좋은 일을 하고 싶다고 이야기했기에 그 뜻을 이뤄주고자 기증을 결심했다.

강원도 양양에서 1남 2녀 중 장녀로 태어난 김 씨는 어릴 적 교통사고 당한 뒤 허리가 휘는 장애를 입었음에도 마트 직원과 환경미화원 등의 다양한 일을 했다.

노래 듣는 것을 좋아했던 김 씨는 트로트 가수 안성훈의 노래를 가족들과 함께 들으며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그는 힘든 환경 속에서도 어느 사람에게든 주저 없이 선의를 베풀었고, 딸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늘 노력하는 헌신적이고 자상한 엄마였다.

김 씨의 딸 박지희 씨는 “딸 하나만 보고 살았던 우리 엄마. 이제는 하고 싶었던 것, 가보고 싶었던 곳, 엄마가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행복하게 지내. 하늘에서도, 다시 태어난다면 그곳에서도 엄마만의 삶을 살아. 많이 사랑해. 보고 싶어”라고 전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이삼열 원장은 “가족을 위해 헌신하고, 어렵고 힘든 이웃을 도우며 살아오신 기증자와 숭고한 생명 나눔의 뜻을 함께해주신 유가족에게도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삶의 끝에서 다른 생명을 살리고 떠난 기증자의 아름다운 모습이 사회를 따뜻하게 환하게 밝힐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송치훈 동아닷컴 기자 sch5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