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해외 건설수주] 〈6〉 해외서 뛰는 공공기관 2060년까지 사업비 4조6000억원… 베트남 역대최대 ‘판교신도시 크기’ “15분도시… 직주근접 지역될 것” ‘흥옌성 산업단지’ 11월 완공 예정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베트남 흥옌성에서 올해 11월 완공을 목표로 조성 중인 클린산업단지 공사 현장.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을 위한 한국형 산업단지다. LH 제공
지난달 16일(현지 시간) 베트남 하노이에서 북동쪽으로 뻗은 1번 고속도로를 1시간가량 달려 도착한 박닌성 ‘동남신도시’ 예정지. 인근 18층 건물 옥상에서도 한눈에 담기지 않을 만큼 넓은 논밭이 펼쳐졌다. 예정지 맞은편 꾸에보 산업단지와는 상반된 풍경이었다.
이곳은 베트남 역대 최대 규모의 도시개발사업인 동남신도시 예정지다. 부지 면적은 850만 ㎡. 판교 신도시 크기다. 베트남 박닌성 정부는 허허벌판인 이곳을 2060년까지 최첨단 신도시로 개발할 계획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한국과 베트남 정부 간 협력 사업의 일환으로 동남신도시 사업 참여를 추진하고 있다. LH가 사업을 수주하면 ‘한국형 도시 수출’의 첫 사례가 된다.
● 한국형 신도시 첫 수출 목전
베트남 정부는 현재 43% 수준인 도시화율을 2030년 50%로 끌어올려 경제를 성장시키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신도시 개발 노하우가 풍부한 한국 정부 및 LH와 손을 잡았다. LH는 현재 박닌성 지방 정부와 함께 신도시 개발 계획을 짜고 있다. 양국 정부도 LH의 참여를 적극 지원하고 있어 내년 하반기(7∼12월) 예정된 입찰에서 LH의 수주가 유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간 한국 민간 기업이 해외에 진출해 도시개발 사업을 수주한 적은 여럿 있었다. 하지만 LH가 토지 이용 계획에 따라 토지와 도시 기반 시설을 조성한 뒤, 토지를 민간 기업들에 분양해 개발하는 ‘한국형 신도시’ 방식으로 해외에 진출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60년 신도시가 완공되면 인근 기업에 다니는 현지 근로자들이 대거 입주해 ‘직주근접’ 지역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닌성은 베트남을 대표하는 산업 도시다. 동남신도시 예정지와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둔 꾸에보 산업단지에는 애플 협력사인 폭스콘, 캐논, 한화비전 등 글로벌 기업들이 입주해 있다. 8km 거리에는 삼성전자의 최대 생산기지인 박닌공장이 있다.
LH는 2017년 베트남 현지 시행사인 에코파크의 제안을 받아 사업에 참여하기로 했다. 사업 시행은 한국과 베트남 기업의 합작법인 VTK가 맡았다. LH와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 KBI건설, 신한은행 등 한국 기업이 지분 75%를, 에코파크 자회사인 TDH에코랜드 등이 나머지 25%를 보유하고 있다.
2022년 9월 착공한 클린사업단지 공정은 올해 6월 기준 82%다. 전체 30개 필지 가운데 22개 필지 계약이 완료됐다. LH는 11월 완공 이후 2단계 클린산업단지 조성 사업도 추진하는 등 베트남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올해 수교 32주년을 맞은 한국과 베트남 관계가 어느 때보다 돈독한 상황이라 한국 기업의 추가 수주 전망도 밝은 편이다. 베트남에서 한국은 1위 외국인직접투자(FDI) 국가인 데다, 3대 무역 파트너이기도 하다. 2022년 양국 관계는 베트남 외교 단계 중 최고 단계인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로 격상됐다. 베트남 정부가 도시화에 속도를 내고 있어 건설 분야 수주 기회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박닌성=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