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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김지현]금투세, 연금개혁 논의 등 협치의 기회는 아직 많다

입력 | 2024-08-19 23:12:00

김지현 정치부 차장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8일 연임에 성공하면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두 번째 라운드를 치르게 됐다. 올해 4월 총선 때 양당의 수장으로 이미 한 차례 정면승부를 치렀던 사이다.

두 사람이 6개월도 안 돼서 재등판한 것을 두고 정치권에선 우려가 적지 않다. 총선 기간 “서로를 심판하겠다”며 갈 데까지 갔던 두 사람이 여야 협치를 이끌어낼 수 있냐는 거다. 전쟁 같았던 총선의 후유증으로 22대 국회는 개원 이후 두 달 넘도록 민생법안을 단 한 건도 처리하지 못했다. 게다가 한 대표는 친윤계 견제에도 60% 넘는 지지를 받았고, 이 대표는 85.40%라는 역대 최고 득표율로 당선됐다. 자기 지지층에 절로 충성하게 되는 숫자다.

두 사람이 나란히 함께 다시 당 대표가 된 데에 대한 기대도 분명히 공존한다. 두 사람 모두 양 진영을 대표하는 유력 대권주자들인 만큼 차기 대선까지 남은 2년 반 동안 정책과 미래 비전, 리더십으로 경쟁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한 중진 의원은 “총선 때처럼 너 죽고 나 살자는 식으로 대선까지 가면 둘 다 필패라는 것을 둘 다 잘 알고 있다”며 “오히려 당보다도 두 사람이 먼저 출구전략을 찾는 데 필사적일 것”이라고 했다.

더군다나 ‘연금개혁’ ‘금융투자소득세’ 등 대화의 가능성이 열려 있는 현안도 적지 않다. 이 대표는 18일 당 대표 연임을 확정 지은 직후 한 대표에게 당 대표 간 회담부터 제안했다. 한 대표도 환영 입장을 밝히면서 두 사람은 25일 첫 여야 공식 회담을 하게 됐다. 여야 대표 간 회담은 이준석-송영길 대표 간 회담 이후 3년 1개월 만이니 의미 있는 자리다.

‘실용주의’와 ‘민생’을 의제로 잡는다면 두 사람 간 대화는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일단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금투세에 보완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두 대표의 의견이 일치한다. 최근 이 대표는 공제 한도를 현행 연 50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늘리자는 대안을 제시한 바 있다. 한 대표도 이 대표를 향해 “금투세 폐지 등 시급한 민생 현안에 대해 조만간 뵙고 말씀 나누겠다”고 했다. 여야가 21대 국회에서 끝내 마무리 짓지 못한 연금개혁도 대화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국민의 힘은 민주당에 이달 말까지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하자고 요구했고, 민주당도 “새 지도부가 꾸려지면 전향적인 판단이 가능할 것”이라는 분위기다.

이 대표는 전당대회 직후 “정치라는 게 내 뜻대로 다 하면 가장 좋겠지만 그럴 수 없는 게 본질”이라며 “일방적으로 강행해서 관철할 수 있는 게 아니라면 합리적 수준의 조정도 할 수 있는 게 정치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한 대표도 같은 날 비슷한 시각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당장 목전에 큰 선거를 두고 있지 않다는 점이야말로 진짜 민생 정치를 실천할 기회일 수 있다. 이제 국민들께서 정부 여당을 평가하는 진짜 전장은 민생 정책이 될 것”이라고 했다. 두 사람 모두 충분히 의지는 보인 셈이다.

최근 만나는 사람들이 “대체 한국 정치에 답이 있냐”고 물을 때마다 “정말 모르겠다”고 답하곤 했다. ‘노답’ 정치에 이제 출구전략이 필요한 때다. 한동훈, 이재명 두 대표의 2라운드가 그 변화의 첫 시작이 되길 기대한다.




김지현 정치부 차장 jhk8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