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일하고 생각하는 로봇과 만나다

입력 | 2024-08-20 03:00:00

서울로봇인공지능과학관 오늘 개관
다양한 인격의 ‘휴머노이드’와 대화
4족 보행 ‘로봇개’ 조종하는 체험도
기업과 협업 프로그램 운영 계획



1일 오후 서울 도봉구 서울로봇인공지능과학관 4층 로봇개 훈련소에서 중학생들이 4족 보행 로봇개가 물구나무선 모습을 보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저는 로봇이라 음식을 먹지 않지만 많은 사람들이 김치찌개를 좋아하죠.”

1일 오후 서울 도봉구 창동 서울로봇인공지능과학관 3층 상설 전시장 로비. 사람 얼굴 모양으로 생긴 데다 성인 키보다 커다란 로봇 ‘메타 휴머노이드 마스크봇’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마스크봇은 생성형 인공지능(AI)인 챗GPT4를 탑재해 마이크과 스피커를 통해 관람객과 실시간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기자는 녹색 마이크 버튼을 누른 뒤 마스크봇에게 오늘 저녁 메뉴를 추천해달라고 했다. 김치찌개와 불고기를 권하는 마스크봇에게 “네가 가장 좋아하는 걸로 하나만 추려달라”고 하자 로봇은 김치찌개를 권했다.

대화를 시작한 지 1분이 지나자 마이크 버튼이 붉은색으로 바뀌더니 로봇의 얼굴 색깔과 이목구비가 바뀌었다. 로봇은 표정과 목소리를 바꿔가며 다섯 가지 인격을 구현했다.

● 로봇개 조종하고 로봇으로 캐리커처 그리기

20일 정식 개관한 서울로봇인공지능과학관은 국내 최초로 로봇과 AI를 주제로 삼은 과학관이다. AI 중심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서울시가 동북권 AI 기술교육·체험 거점을 두고자 2021년부터 예산 437억 원을 들여 연면적 7405㎡ 규모(지하 2층∼지상 4층)로 과학관을 만들었다.

과학관은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11일까지 시범운영 기간 마스크봇을 포함해 로봇·AI 관련 체험 시설 15종에 대한 전시를 진행했다. 1일 과학관에선 서울 도봉구 소재 중학교 학생들과 국제 문화교류로 한국에 온 중국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단체 관람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4층 기획 전시실 ‘로봇개 훈련소’에선 지진이나 전쟁 같은 위험한 재난 상황에서 경찰·소방·군인 대신 투입되는 4족 보행 로봇 ‘로봇개’가 학생들 앞에 섰다. 로봇개는 과학관 직원들 조종에 따라 오르막길을 오르고, 물구나무서고, 손으로 하트 모양을 그리는 등 재롱을 부렸다.

학생들은 신기해하며 사진을 찍다가 신발 바로 앞으로 뛰어오른 로봇개에 깜짝 놀란 뒤 서로 마주 보며 웃기도 했다. 직접 조종 패드를 잡고 직원이 알려준 대로 버튼을 눌러가며 로봇개를 조종해 보기도 했다.

3층 상설 전시실에선 AI 화가 로봇 ‘AI 페르소나’가 학생의 캐리커처를 그려줬다. 한 학생이 카메라 앞에 선 채 입을 벌리고 놀란 표정을 잠깐 지었다. 그러자 페르소나는 눈썹을 기준으로 눈과 입 모양에 따라 감정을 인식했다. 그러곤 로봇팔을 종이 위로 움직이며 입 벌린 캐리커처를 2분 만에 그려냈다.

이 밖에도 스스로 골대에 공을 차 넣는 휴머노이드 로봇과 라이다(LiDAR) 센서를 시각화한 미디어아트 등을 통해 학생들은 로봇 센서가 작동하는 원리를 배울 수 있었다. 김현민 군(신방학중 3학년)은 “유튜브에서나 보던 산업용 로봇들을 직접 볼 기회였다”며 “생각보다 반응이 빠르고 소음도 적어 신기했다”라고 했다.

● 자율주행·코딩·AI의료… 미래 모습 체험

과학관은 기업과도 협업해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폭스바겐그룹과는 자율 주행과 미래 자동차를 주제로 레고 자동차를 전시한다. KT와는 로봇 코딩 체험과 AI 분리수거 로봇을 선보인다. 또한 인튜이티브서지컬과 수술 보조 로봇 ‘다빈치’와 AI 현미경을 전시한다.

24일부터 다음 달 29일까지 6주간 7세 이상 자녀를 둔 가족을 대상으로 미래 이동 수단과 AI 윤리 등 5개 주제로 교육 프로그램도 연다. 향후 과학 관련 유튜버 등 인플루언서나 주요 공과대학과도 협업해 과학기술과 문화예술을 접목한 다양한 교육·체험 행사를 운영할 예정이다.



송진호 기자 ji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