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셀 참사 후 인식 조사 실시 비정규직서 ‘모른다’ 응답 다수… 취약층일수록 규정 숙지 못해 84%가 “불법 파견 단속 부실”… 직장 내 괴롭힘 등 신고 잇따라
직장인 4명 중 3명은 제조업 직접 생산 공정에 근로자를 파견하는 것이 불법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6월 24일 경기 화성시 리튬전지 제조공장 아리셀에서 23명이 사망한 대형 참사가 발생한 뒤 불법 파견 여부가 논란이 됐지만 여전히 많은 직장인이 파견 가능 직종 등 관련 규정에 대해 잘 모르는 것으로 풀이된다.
사단법인 직장갑질119는 여론조사 전문기관에 의뢰해 이달 1∼9일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제조업 파견 노동’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직장갑질119 관계자는 “이번 조사는 아리셀 참사로 사망한 23명 중 20명이 하청업체 파견직이었던 점이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설문에서 아리셀 참사의 희생자 대부분이 파견직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응답자는 54.7%에 그쳤다. 제조업 직접 생산 공정에 근로자를 파견하는 것이 불법이란 사실에 대해서도 응답자의 75.2%는 ‘몰랐다’고 답했다. 직장갑질119 관계자는 “비정규직, 비노조원, 소규모 사업장, 저임금 근로자의 경우 ‘몰랐다’는 응답이 80%를 넘었다”며 “일터의 약자들이 관련 규정을 제대로 모른 채 일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직장갑질119에는 파견직으로 일하며 부당한 대우를 당했다는 제보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한 파견 직원은 “1년 단위로 파견계약을 했고 파견 근무지에서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며 “문제를 제기했더니 가해자인 직원들은 정상 출근하면서 저만 대기 발령이 나 3개월 동안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파견 직원은 “파견 근무지인 대기업에서 파견직들이 작업하는 모습을 폐쇄회로(CC)TV로 감시하는데 신고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직장갑질119 측은 “정부가 이달 13일 아리셀 특별감독 결과를 발표했지만 원인으로 지목된 불법 파견 관련 내용은 제외됐다”며 “국회는 원청 사업주의 책임을 강화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고, 고용노동부는 제조업 불법 파견 전수 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