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끝엔 누군가 살리는 일 하고파”
김연화씨, 뇌사뒤 심장-신장 등 기증
어린 시절 교통사고를 당해 장애를 얻었으나 환경미화원 등을 하며 열심히 살던 50대 여성이 장기 기증으로 4명의 생명을 살리고 세상을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해 12월 경기 안산시 고려대 안산병원에서 김연화 씨(사망 당시 58세·사진)가 심장과 간장 및 좌우 신장을 4명에게 기증하고 숨졌다고 19일 밝혔다. 김 씨는 지난해 11월 급성 심정지로 쓰러진 뒤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상태에 빠졌다.
가족들은 김 씨가 지난해 1월 장기 기증 희망 등록을 했다는 걸 떠올리고 기증을 결심했다. 당시 김 씨는 장기 기증을 보도한 언론 기사와 드라마 등을 접한 뒤 “삶의 끝에서 누군가를 살리는 좋은 일을 하고 싶다”며 “만약의 경우 장기 기증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강원 양양군에서 1남 2녀 중 장녀로 태어난 김 씨는 어린 시절 교통사고를 당해 허리가 휘는 장애를 얻었다. 하지만 마트 직원, 환경미화원 등을 하며 성실하게 삶을 꾸려 나갔다고 한다. 힘든 환경에서도 주위 사람들을 챙겼으며, 딸과 함께 시간을 보내길 좋아하는 자상한 엄마이기도 했다. 딸 박지희 씨는 어머니를 떠나보낸 뒤 8개월 만에 기증원에 “어머니 이름이 기억됐으면 한다”며 김 씨의 사연을 세상에 알려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씨는 또 “이젠 하늘에서 하고 싶은 것 다 하면서 행복하게 지냈으면 한다”며 어머니에게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이삼열 한국장기조직기증원장은 “삶의 끝에서 다른 생명을 살리고 떠난 김 씨의 아름다운 모습이 앞으로도 사회를 환하게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