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외활동 자제' 폭염 재난문자, 실제로 효과 있어" 다만 고령인구 적고 직장인들 몰려있는 곳은 효과↓ 지역별 특성 고려해 재난문자 내용 차별화 고려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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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무더위에 지난 일주일 동안 ‘외출을 자제하라’는 재난문자만 800건이 넘게 발송됐다. 재난문자가 정말로 사람들의 외출을 자제시키는 데 효과가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발송하는 폭염 재난문자는 사람들의 이동을 감소시키는 데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고령인구가 적고 직장인들이 몰려있는 지역에서는 그 효과가 크지 않았다. 지역 특성을 분석해서 문자 내용을 차별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구진은 2021년 폭염이 발생한 기간 동안 서울시 424개 동 단위의 유동인구 변화를 분석해서 폭염 재난문자가 서울시민들의 이동을 자제시키는 데 효과가 있는지 분석했다.
폭염 긴급재난문자에는 ‘야외활동 자제’나 ‘외출 자제’와 같이 이동을 삼가라는 문구가 실려있으므로, 문자 발송에 따라 실제로 사람들의 이동이 줄었는지를 살펴본 것이다.
그 결과 재난문자가 발송된 날에는 유동인구가 평상시보다 2.4~5.6%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재난문자가 사람들의 움직임을 줄이는 데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폭염 재난문자가 발송되면 같은 지역 안에서 움직이는 ‘단거리 이동’이 특히 더 감소하는 것이다.
다만 이 같은 폭염 재난문자의 효과의 ‘크기’는 고령층이 많은지, 자녀를 많이 키우는 곳인지, 직장인들이 많이 몰려있는지 등 지역별 특성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경향을 보였다.
예를 들어 고령층 인구 비율이 낮거나 직장인들이 많이 몰려있는 지역에서는 재난문자의 효과가 상대적으로 작았고, 공공시설이 많이 위치한 곳이나 대중교통 접근성이 높은 곳도 재난문자의 효용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대중교통 인프라가 잘 돼있는 도심지역에서는 이동에 있어 날씨의 제약을 크게 받지 않기 때문에 ‘외출을 자제하라’는 문자도 상대적으로 효과가 덜한 것으로 풀이된다.
뿐만 아니라 가구원 수와 녹지 비율, 성비, 평균연령에 따라서도 재난문자의 효과가 다르게 나타났다.
가구원 수가 많거나 녹지 비율이 높은 지역에서는 폭염 재난문자가 발송돼도 서울에서 타 시·도로 이동하는 ‘지역 간 이동’이 크게 줄어들지 않았다.
다자녀 가정에서는 자녀들 통학과 사교육 등의 이유로 통행을 포기하기 어렵기 때문에 재난문자가 큰 효과를 발휘하지 않는 것으로 연구진은 분석했다.
또 지역 내 공원이 있거나 녹지 비율이 높은 지역은 녹지가 열섬 현상을 완화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어 다른 지역보다 폭염 영향이 작고, 재난문자 수용성도 덩달아 떨어지는 것으로 연구진은 분석했다.
또한 여성 비율이 높고, 평균 연령이 낮은 지역에서는 재난문자 송출에도 불구하고 도보권 이동이 크게 줄어들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재난문자의 효과를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지역별로 차별화된 재난문자 발송’을 제안했다.
폭염 재난문자에는 ‘물을 충분히 마시고 낮에는 야외활동을 자제하라’, ‘영유아, 노약자, 임산부는 건강관리에 유의하라’는 일률적인 문구가 담기는데, 지역 특성에 따라 문자 내용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직장인들이 많이 몰려있는 지역에서는 재난문자를 발송할 때 주어를 ‘근로자’ 또는 ‘직장인’으로 특정해서 안내하거나 ‘꼭 이동해야 한다면 무더위 시간대 이외의 시간대에 움직여달라’는 문구를 싣는 것이 보다 효과적일 것이라는 얘기다.
연구진은 “재난문자가 지역 맞춤형으로 송출될 경우 문자 수신자들의 특성과 상황적 요인에 적합한 대처 방안을 제시할 수 있다”며 “이는 재난문자를 통한 폭염에 대한 도시민의 위험인식과 수용성을 높이는 데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분석했다.
[세종=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