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서울 서초구에서 개관한 디에이치 방배 견본주택을 찾은 예비 청약자들이 아파트 단지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2024.8.16/뉴스1
서울 강남권에서 분양하는 아파트 단지의 ‘로또 청약’ 광풍이 지속되면서 투기판으로 변질하고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이달 말 실거주 의무가 적용되지 않는 아파트가 분양을 앞두고 있어 ‘내 집 마련’ 수요자들의 허탈감이 커지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말 분양하는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위치한 ‘디에이치 방배’는 6억 원 안팎의 시세차익에 실거주 의무가 적용되지 않아 ‘래미안 원펜타스’에 이어 청약통장이 대거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주택법 시행령에 따르면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비싸게 책정되면 실거주 의무가 적용되지 않는데, 아이러니하게 방배동에 워낙 신축 단지가 없다 보니 이 규정을 적용받게 됐다.
강남권 분양 단지가 ‘로또 청약’ 투기판으로 변질되면서 오랜 기간 ‘내 집 마련’을 준비하는 실수요자들의 박탈감이 상당하다.
부동산 관련 한 인터넷 카페에는 최근 계약금 4억 원만 준비된 상태에서 분양가 23억 원의 반포 ‘래미안 원펜타스’에 당첨되자 19억 원을 카페 회원들에게 사채로 빌리고 싶다는 글이 올라와 화제가 됐다.
현재 이 게시글은 삭제된 상태인데, 해당 사연의 진위를 떠나 강남권 청약 시장이 투기판으로 변질됐다는 데 공감대가 크다.
그러면서 “오랜 기간 착실히 가점을 쌓고 분양 대금을 모두 마련해서 실거주하려는 무주택자만 고스란히 피해를 보고 있다”고 토로했다.
분양가 20억 원 이상의 강남권 아파트 특별공급(신혼부부·생애 최초)은 “금수저 자녀만을 위한 놀이터”가 됐다는 불만도 상당하다.
전문가들은 강남권 청약 과열 현상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분양가 상한제와 청약 제도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김인만 부동산연구소 소장은 “분양가 상한제가 원래 취지와 달리 ‘앉아서 수억~수십억 원을 벌 수 있다’는 로또 청약의 주된 원인이 됐다”며 “현재 강남 3구와 용산구, 공공택지에서만 적용되는데 적용 지역은 넓히고 주변 시세와의 격차는 줄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