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그 사건 어떻게 됐더라?” 할 때 정작 결말을 모르는 경우가 있지 않으셨나요? 사건은 ‘수사기관의 수사나 당사자의 소 제기’로 시작되지만, 결국 ‘법원의 판결’로서 끝이 납니다. 사건의 시작과 끝 사이, 법정에선 치열한 사실관계와 법리 다툼이 벌어지고 이 내용이 판결문에 기록됩니다. 법정의 가장 앞자리, 1열에서 사건의 디테일과 결말을 전해드립니다.
‘벌컥!’
미셸의 대리인인 법무법인 바른 김미연 변호사는 “아내 분이 법원의 반환 명령을 따르지 않아 강제집행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며 “강제집행으로 아동을 반환한 초기 사례”라고 했다. 집행은 신속하게 이뤄졌고, 미셸은 아이들과 함께 프랑스로 귀국했다. 그런데 며칠 뒤 이 집행을 담당한 집행관은 경찰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미셸의 아내가 무리한 강제집행이 이뤄졌다며 집행관을 신고했다는 내용이었다.
부모 중 한 명이 일방적으로 아이를 빼앗아 한국으로 온 사건에 대한 강제집행이 올해 4월부터 이뤄지고 있지만, 아동 인도 집행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어 현장의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7일 법무부에 따르면 4월 이후 강제집행을 시도한 사례는 총 4건. 본보가 이 4건의 가족 당사자들과 변호인 집행관 등을 두루 만난 결과, 이들은 “여전히 장애물이 많다”고 입을 모았다.
● 집행 방법과 결과 모두 제각각
국제 아동 탈취 사건은 일단 아동을 신속히 본국으로 돌려줘야 한다는 ‘헤이그 국제 아동 탈취 협약’에 따라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법원의 반환 명령에도 집행에 실패하는 사례가 많았다. 아동 인도는 ‘자녀가 거부할 때는 데려갈 수 없다’는 대법원 예규를 따라왔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 국제사회에서 문제가 되자 올 4월 국제 아동 탈취 사건에 한해서는 ‘자녀가 거부할 때는 데려갈 수 없다’는 조항을 뺀 새 예규를 따르게 했다.
강제집행이 모두 성공하는 것도 아니다. 동아일보가 취재한 4건의 집행 중 3건은 본국으로 귀국했지만 1건은 실패했다. 아동반환청구 소송에서 이겼지만 5년 넘게 아이를 보지 못하고 있는 미국 국적의 성재혁 씨(43)도 그랬다. 성 씨는 올해 4월과 5월 두 차례 집행을 시도했다. 하지만 아내는 이미 아이를 데리고 잠적한 상태였고, 집행관은 ‘집행 불능’ 결론을 내렸다.
● 법보다 먼저 만들어진 예규
이 같은 혼란은 현재로선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어느 법에서도 아동 인도 집행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4월에 마련된 예규는 상위법이 없는 상태에서 법무부 주도로 만들어놓은 최소한의 조치다. 그래서 여전히 개별 집행관의 판단하에 집행이 이뤄지고, 과정·결과에 편차가 있으니 보복성 민원 등에 시달릴 가능성도 높다.
한 집행관은 “물건이 아닌 아이를 상대로 하기에 조심스러운데, 강한 저항까지 있는 현장에서 집행관 개인이 모든 비난을 무릅쓰고 적극적으로 집행하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곽민희 숙명여대 법대 교수는 “일단 상위법에 아동 인도 집행에 대한 내용이 적혀야, 집행 불능 사례나 아동 의사 반영 등에 대한 실무 지침 등이 본격 논의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