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일본 도쿄 주오구의 한 슈퍼마켓 쌀 진열대가 텅 비어 있다. 최근 일본 곳곳에서 흉작, 소비 증가 등으로 쌀 품귀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20일 일본 도쿄 주오구의 한 슈퍼마켓. 평소 쌀이 가득 쌓여 있던 매대가 텅 비었다. “안정될 때까지 당분간 1가구당 하루 한 봉지만 팔겠다”는 안내문이 무색하게 쌀 자체가 동이 났다. 인근 슈퍼마켓을 둘러 봤지만 쌀을 파는 가게는 없었다. 점원은 “언제 쌀이 들어올지 약속드릴 수 없다”며 고개를 숙였다.
쌀을 주식으로 하는 일본에서 때아닌 쌀 품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폭염에 따른 흉작으로 쌀 수확량이 감소하고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나 쌀 소비량이 늘어났다는 게 이유다. 하지만 일본에서 쌀 수확은 20여 년째 감소 추세인 데다, 외국인이 많이 왔다고 쌀이 동난다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일부 매장에서는 쌀 판매대에 현미, 찹쌀이나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을 수 있는 즉석밥을 진열해 팔고 있다. 일본 최대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에서 판매 중인 쌀을 클릭하면 품절됐거나 9월 이후에 배송이 가능하다는 안내가 뜬다.
쌀값도 크게 올랐다.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지난해 5kg에 1500엔(약 1만4000원) 안팎이던 쌀값은 최근 2500엔 안팎까지 상승했다. 농림수산성 통계에 따르면 올 6월 말 기준 민간 쌀 재고량은 156만 t으로 1999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애초 지난해 수확량이 적어 재고가 적다 보니 가을을 코앞에 둔 늦여름에 쌀이 동난 것이다.
다만 정부는 가을 벼 수확이 시작돼 햅쌀이 출하되면 품귀 현상은 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쌀을 구할 수 없는 상황인데도 별다른 소동은 벌어지고 있지 않다. 언론에 전국 곳곳에서 쌀이 부족하다는 기사가 나오지만, 대체로 재고 상황을 보여주는 안내 기사다. 50대 일본인 주부는 “한 달 정도 먹을 쌀은 있고 다른 먹거리도 충분해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