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젤렌스키 “장거리 미사일 허용해주면 러 영토 진입 필요 없어”

입력 | 2024-08-20 16:05:00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를 보름 가까이 진격 중인 가운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서방을 향해 장거리 미사일 사용을 허용해줄 것을 촉구했다. 그는 러시아가 넘지 말아야 할 한계로 설정한 ‘레드라인’이 사실상 무의미해졌다며 서방의 더 적극적인 지원을 호소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에 허를 찔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같은 날 본토 기습 중에도 러시아 남부 접경 국가인 아제르바이잔을 방문해 밀착을 시도했다.

19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쿠르스크주(州)에서 서울 면적(605.2㎢)의 두 배가 넘는 1250㎢ 이상의 면적을 점했다고 밝혔다. 점령한 정착지는 92곳에 이른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 파트너들이 러시아 영토에서 무기 사용에 대한 지금의 제한을 해제해준다면 우리는 쿠르스크 지역에 물리적으로 진입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동맹국들에 러시아 깊숙한 곳을 공격하게끔 장거리 미사일 사용을 허용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그는 이를 설득하며 “러시아의 소위 ‘레드라인’이 순진하고 환상적인 개념으로 요즘은 무너져버렸다”고 강조했다. 러시아가 서방을 향해 ‘핵무기 사용 등 보복 공격을 피하려면 넘지 말라’며 밝힌 경계가 사실상 무의미해졌다는 얘기다. 당초 러시아는 본토가 공격 받으면 큰 보복에 나설 것처럼 엄포를 놨지만 쿠르스크주를 내주고도 위협적인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젤렌스키는 서방의 장거리 미사일 사용 제한 탓에 우크라이나가 동부의 전략적 요충지인 포크롭스크와 토레츠크 지역에서 러시아 공세를 막아내지 못하고 있다고도 설명했다. 러시아군은 최근 꾸준히 전진해 포크롭스크 외곽 10km 지점까지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본토를 빼앗긴 푸틴 대통령은 같은 날 러시아 접경 국가인 아제르바이잔을 국빈 방문했다. AP통신에 따르면 그는 이날 아제르바이잔 수도 바쿠에서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과 회담을 갖고 연간 1500만t 이상의 화물을 수송할 방안을 논의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의 제재로 무역 통로가 막히자 이란, 인도양 등으로 접근할 때 통과해야 하는 아제르바이잔에 협력을 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양국의 밀착이 얼마나 더 확대될지 주목된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