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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소음으로 인한 분쟁 갈등이 국민 고충거리가 된 지 오래입니다. 좀처럼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자 정부는 시공 기준을 강화한다, 층간소음관리위원회를 활성화 한다는 등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나, 위원회는 강제성이 없을뿐더러 모두 자신들 아파트의 주민들이어서 모두 눈치를 보느라 명쾌하게 분쟁을 해결하기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그래도 이들 기구를 이용해 상대방의 행동들이 객관적으로 보기에도 문제가 된다는 점을 각인시켜줄 필요가 있습니다.
아래는 실제 있었던 사례입니다. 층간소음으로 인한 고민거리가 있으시면 메일(kkh@donga.com)으로 연락주시면 전문가 상의해 해법을 찾아보겠습니다.
#사례: 위층에 “조용히 해달라”고 하니 아래층은 “ 무섭다.112신고하겠다” 고 적반하장
윗집이 이사온 지 3년 정도 됐습니다. 이사 왔을 때부터 쿵쿵 거리는 발소리가 너무 크게 들렸습니다. 처음에는 좋게 좋게 이야기하며 조심해 주기를 요청했습니다. 그런데 그 때 뿐이고, 달라지지 않습니다. 3년이 지난 지금도 달라지지 않고 엘리베이터에서 만나 이야기라도 하면 모르는 척합니다.
저는 층간소음으로 인해 수면부족은 물론 쿵쿵 거릴 때 마다 심장까지 마구 뛰어서 정신과 약을 먹은 지도 꽤 됐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푹 쉬어야 한다, 마음을 편히 먹어야 한다”고 하는데 집에서 도통 시끄러워서 그럴 수가 있어야지요.
2주 전쯤 위층이랑 대판 싸우게 되었습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정말 쉬지도 않고 쿵쿵 거리길래 공사라도 하는건지 도무지 이해가 안 가서 찾아갔습니다. 처음에는 문을 안 열어주길래, 하다하다 이제는 없는 척 하는건가 싶어서 관리소에 민원을 넣고 대신 좀 전달해달라고 했습니다.
관리소는 연락을 받았는데 “아래층에서 자꾸 쫓아온다. 무섭다”는 말을 했다고 합니다. 정말 어이가 없어서 위층에 다시 쫓아 올라가서 현관에 대고 소리소리 쳤습니다. 조용히 좀 살자고요. 저도 너무 화가 나서 흥분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소리를 지르니까 문을 열고 나와서 하는 말이 “아파트 관리 규약을 보면 우리 아파트는 밤 10시 이후부터 소음을 자제하고 생활소음은 괜찮다고 하는데 왜 이렇게 쫓아와서 시비를 거냐” 면서 “자꾸 이럴거면 112 부르겠다”고 난리 치는데 정말 할 말을 잃었습니다.
위층은 “그저 생활소음 수준인데 우리 집이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는거”라며 반박하는데 억울하기 그지없었습니다. 그리고 아파트 관리규약을 자꾸 들먹이는데 이거 정말 한참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아파트 관리규약을 보니 밤 10시부터 6시까지는 뛰지 말아야 한다고 되어 있긴 합니다. 하지만 공동주택에서 산다면 시간 상관없이 실내에서는 당연히 뛰지 말아야 하고 조심하며 지내야 하는거 아닐까요? 어떻게 저 관리규약 규칙을 밤 10시 이전에는 마음대로 뛰고 쿵쿵대며 걸어도 된다고 생각하는 건지 무지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층간소음관리위원회가 열렸지만, 사실 대책이 없습니다. 위층은 관리규약 시간대를 거론하며 생활소음이라고 주장하는데, 제가 느끼기에는 절대 생활소음이 아닙니다. 그 동안의 소음을 녹음하지 못한 게 천추의 한이 됩니다. 그리고 아파트 관리규약을 저렇게 해석하는 게 맞는건지도 궁금합니다.
그런데 전국의 아파트가 동일하게 현재의 층간소음 관리규약(밤 10부터 다음날 아침 6시까지 층간소음 규정하는 항목)을 층간소음관리위원회가 활용하기에는 전혀 합리적이지 않습니다.
일단 민원인께서는 아파트의 ‘주요 소음원, 주요 피해시간대, 대책방법 등이 포함된 주민의견’을 반영한 설문조사를 통한 층간소음 관리규약을 개정하도록 층간소음관리위원회(또는 입주자대표회의)에 민원 신청을 하셔야 합니다.
흔히 생각하는 아이뛰는 소음이나 발걸음 소리가 1순위가 아닌 반려견 소음이나 화장실 물소리가 1순위인 아파트도 있습니다. 즉, 아파트 입주민의 특성이 반영된 층간소음 관리규약이 새롭게 만들어져야 합니다.
그리고 현재 겪고 있는 층간소음은 가장 피해가 심한 소음원, 시간대, 발생위치 등을 적시한 민원신청서를 작성해야합니다. 예를 들면, ‘오전 6시부터 오전 9시, 오후 5시부터 오후 7시 사이에 안방에서 발생하는 아이 뛰는 소음으로 너무 피해가 심합니다. 이 시간대는 특히 주의를 필요하며, 어렵다면 다른 실에서 아이들이 움직일 수 있도록 부탁드립니다’는 신청 내용입니다. 본인도 최대한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면 더 좋습니다. 분쟁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김광현 기자 kk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