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소속 권영진 국토교통위원회 국토법안심사소위원장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 안정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 관련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4.8.20/뉴스1
여야가 2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전세사기 피해 주택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낙찰 받아 피해자에게 공공임대로 최대 20년간 제공하는 내용의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을 합의 처리했다. 올해 5월 21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선(先) 보상 후(後)회수’ 방식의 전세사기특별법을 단독 처리하고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법안이 폐기된 지 3개월 만이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 중 여야가 합의 처리한 첫 민생 법안이다.
이날 소위를 통과한 법안은 국토위 전체회의,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전망이다. 서울 강서구와 관악구 등의 빌라 500여 채를 ‘무자본 갭투자’로 사들인 뒤 보증금을 빼돌린 ‘세모녀 전세 사기’ 사건이 2021년 5월 경찰에 적발된 뒤 3년 만에 피해자 지원 법안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 전세사기 피해자에 최장 20년 주택 제공
법안에는 LH가 피해자로부터 우선매수권을 양도받아 경매에 참여한 뒤 낙찰받은 주택을 피해자에게 최대 10년까지 공공임대로 제공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때 LH가 경매 참여 후 발생하는 경매차익(감정가에서 낙찰가를 뺀 금액)을 임대료로 지원한다. 예컨대 감정가 1억 원인 전세사기 피해 주택을 LH가 7000만 원에 낙찰받으면 차액인 3000만 원을 임대 지원금으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피해주택에서 거주하길 원하지 않은 피해자는 다른 공공임대주택이나 LH를 통해 민간주택을 임대하는 ‘전세임대’를 선택할 수도 있다. 10년이 지나 임대료 지원이 종료된 뒤에도 피해자가 원하면 공공임대 수준 임대료를 내고 10년을 추가로 거주할 수 있다.
피해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였던 다가구주택 및 불법 건축 임차인 등을 지원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피해자 인정요건 보증금 한도도 종전 3억 원에서 5억 원으로 높였다. 별개로 피해지원위원회에서 자체적으로 2억 원을 추가 인정할 수 있어 5억 원 이상 7억 원 이하 세입자도 정부지원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받을 수 있다. 국토위 여당 간사인 국민의힘 권영진 의원은 “이 법안은 완벽할 수 없다. 정부가 6개월마다 전세사기 실태조사를 실시해 국회에 보고하고 미진하면 제도를 개선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 여야 “더 논의 길어지면 피해 구제 지연”
민주당은 21대 국회에서 전세사기특별법이 거부권 행사 뒤 재표결 없이 폐기되자 22대 국회 첫 달인 6월 해당 법안을 재발의했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공공임대주택 지원을 담은 법안을 당론으로 발의했다. 당초 야당은 “경매 차익이 적거나 피해자가 피해 주택 거주를 원치 않을 경우 사각지대가 우려된다”고 우려했었다. 이에 정부가 민간주택인 전세임대를 추가 선택권으로 제시하면서 합의점을 찾았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야당의 요구 사안인 현금 지원 방안을 일부 수용해 경매 차익을 피해자들의 주거 비용으로 지원하는 대안을 내놓았다”고 설명했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보센터 소장은 “LH가 경매에 참여할 때 경매 차익이 발생할 수 있도록 적절한 낙찰가를 산정하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조권형 기자 buzz@donga.com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