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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현지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유나이티드센터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 첫날의 마지막 연설을 위해 조 바이든 대통령이 연단에 올라오자 민주당 대의원과 지지자들은 일제히 일어나 기립박수를 보냈다.
자신을 소개한 딸 애슐리 바이든과 포옹한 바이든 대통령은 대의원과 지지자들이 ‘위 러브 조(We love Joe)’와 ‘땡큐 조(Thank you, Joe)를 연호하자 눈물을 흘렸다. 티슈로 눈물을 닦아낸 뒤에도 눈가는 촉촉했다. 4분 30초간 이어진 기립박수가 잦아들자 바이든 대통령은 “가족이 인생의 시작이자, 중간이자, 끝”이라며 “하지만 미국이여 나는 당신을 사랑한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972년 플로리다주 마이애미비치에서 열린 당시 민주당 전당대회 때 델라웨어주 상원의원 후보 자격으로 처음 참석했다. 다음 해 1월 상원의원으로 워싱턴 정계에 입문했고 상원의원 36년, 부통령 8년을 거쳤다. 이번 전당대회는 내년 1월 4년의 대통령 임기를 마무리하는 그가 참석하는 사실상의 마지막 전당대회로 여겨진다.
2020년 대선에서 트럼프 후보를 이긴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대선을 앞두고 일찌감치 재선 도전을 선언했다. 그러나 인지 기능 저하 논란에 휩싸이고 6월 27일 트럼프 후보와의 TV토론에서 참패하자 후보직을 자진사퇴했다. 현직 미 대통령이 재선 도전을 스스로 포기한 것은 베트남전 후폭풍으로 지지율 하락에 시달렸던 1968년 린든 존슨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다.
그는 약 45분간 이어진 이날 연설에서 트럼프 후보를 강하게 비판하며 “트럼프는 자신이 우선이고 미국을 가장 뒤에 놓는다(Trump first, America last)”라고 했다. 트럼프 후보의 2020년 대선 불복을 거론하며 이번 대선에서도 불복할 가능성을 거론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는 자신이 대선에서 지면 ‘피바다(bloodbath)’가 될 것이라고 했고, 취임 첫날 독재자가 되겠다고 했다”며 “이를 막아야 한다”고 외쳤다.
낸시 펠로시 전 미국 하원의장. 롤리=AP 뉴시스
남편의 사퇴를 반대한 것으로 알려진 바이든 대통령의 부인 질 여사도 연단에 등장했다. 그는 “해리스 부통령에게서 새 세대에 영감을 주는 용기, 결단, 리더십을 봤다”며 “우리는 함께 싸우고 이길 것”이라고 외쳤다.
역시 연설자로 나선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바이든은 민주주의의 챔피언이자 백악관이 위엄과 품위, 능력을 되찾게 한 애국자”라고 치켜세웠다. TV토론 참패 직후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 요구를 주도했던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은 관중석에서 “땡큐 조”를 연호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미국을 위한 평생의 봉사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해리스 부통령의 러닝메이트인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는 눈물까지 훔쳤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X’에 “바이든의 품위와 회복력, 미국을 위한 약속에 대한 흔들림 없는 믿음을 존경한다”며 “그를 대통령으로, 친구로 부를 수 있는 것이 자랑스럽고 감사하다”고 썼다.
이날 흑인 인권운동의 대부로 꼽히며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제시 잭슨 목사는 휠체어를 탄채 어렵게 손가락을 움직여 ‘엄지 척’ 포즈를 하고 손키스를 날려 큰 호응을 받았다. 숀 페인 전미자동차노조(UAW) 위원장은 연설 중 갑자기 재킷을 벗고 ‘트럼프는 사기꾼’이라고 적힌 티셔츠를 드러내는 퍼포먼스를 보였다. 지난달 공화당 전당대회 때 트럼프 지지자인 프로레슬러 헐크 호건이 한 퍼포먼스를 따라한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