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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과 참여의 권리가 진정한 공간복지를 만든다[기고/신혜란]

입력 | 2024-08-21 03:00:00

신혜란 서울대 지리학과 교수



공간복지는 집에서 가까운 일상 공간에 생활 밀착형 시설을 갖춰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을 의미한다. 이 개념은 주거의 질에 주목했던 기존의 복지 개념을 마을로 확장시켰다. 경로당, 체육관, 도서관을 갖춘 커뮤니티 단위 공간까지 복지 대상으로 포함되었다. 이것은 복지라는 개념을 취약계층에 재정 및 주거 지원을 하던 것에서 생활하는 공간을 잘 마련하는 것으로 발전시킨 것이다.

이렇게 공간복지는 종합적 삶의 질을 추구하는 공간적 실천으로 자리 잡았다. 공공기관뿐 아니라 민간에서도 공간복지 개념은 빠르게 공감대를 얻고 있다. 공간복지 개념을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이동할 권리와 참여할 권리를 진지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첫째, 공간복지에서 이동과 움직임은 마을만큼이나 중요한 요소이다. 한 장소를 마련하는 것을 넘어서서 장소와 장소를 연결하는 이동을 고려해야 한다. 공간복지는 이동복지와 이동 역량에 대한 고민을 담아야 확장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휠체어 사용이 어려워 버스를 이용할 수 없는 경우, 거주지 근처에 도서관이 없어 멀리 가야 하는 경우, 어린아이를 돌보느라 시내의 문화시설을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 등은 모두 이동복지와 그 역량이 제한되었기에 생기는 문제들이다. 공간복지는 이런 공간적 확장의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한다. 이제 다시 확장이 필요하다.

이동복지에서는 단순히 이동하는 것 자체가 아니라 이동 선택에 대한 처지를 고려하고, 이동할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이동 수단의 이용 가능성뿐만 아니라 시간을 낼 수 있는지, 사회적 분위기는 허용적인지 등 복잡한 문제와 맞물려 있다. 예를 들어, 어린아이를 돌보는 여성의 시간과 공간 이용은 지역 사회의 보육시설, 노동시간 조건, 가정 내 젠더 관계 등에 따라 달라진다.

둘째, 공간복지 혜택을 수동적으로 받기만 하는 것을 넘어 공간을 만드는 과정에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독려해야 한다. 공간복지의 제공자와 수혜자의 분리는 권력 관계에 따른 수동성을 필연적으로 가져와 이용 만족도를 떨어뜨린다. 주권적 삶의 주체로서 주민 참여와 거버넌스를 통해 주민이 자신이 속한 공간을 생산하는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공간복지의 궁극적인 목표이다.

마을 만들기, 도시 재생, 사회 혁신, 스마트 도시 리빙랩, 공동주택 건설 등의 과정에서 주민들이 다양한 규모의 장소를 만들고 고치는 실천의 의미가 발전해 왔다. 그 규모는 다양할 수 있다.

공간복지를 장소, 이동, 참여가 포함된 공간적 역량이라는 점으로 접근한다면 지역 문제와 공간, 그리고 장소를 통해 드러나는 사회적 문제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공간을 이용하고 가로지르고 형성하는 데에서 인간이 선택할 자유를 가지고 주체로 나서게 지원해주는 복지의 본질적인 목적을 잊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신혜란 서울대 지리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