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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공포’ 진화 나선 車업계 “배터리 두뇌가 과충전 차단”

입력 | 2024-08-21 03:00:00

현대차-기아, 안전 홍보-위험성 반박
‘충전 90% 이하만 지하주차’ 대책에… 업계 “배터리 충전량과 화재 무관
대부분 제조 불량-외부 충돌 원인”
“보급 확대서 안전 대책 강화로” 지적





정비사가 현대자동차의 전동화모델 ‘아이오닉5’의 차량 하부를 점검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제공

인천 청라 화재 사고 이후 전기차 ‘포비아’(공포증)가 확산하자 완성차 및 배터리셀 제조사들이 ‘안전 제일주의’를 내세우며 진화에 나섰다. 각 사가 보유한 첨단 안전 기술을 소개하는가 하면 전기차 화재의 한 요인으로 거론되는 과충전 문제에 대해서도 반박하고 있다.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에 빠진 전기차 시장이 완전히 얼어붙기 전에 반전의 계기를 마련해 보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현대자동차·기아는 20일 전기차 안전 관련 보도자료를 내고 “배터리 충전량과 화재는 상관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서울시가 공동주택 지하주차장에 배터리 잔량이 90% 이하인 전기차만 출입하도록 제한하는 대책을 내놓은 것을 의식한 행보다. 정치권 또한 이달 중 전기차 화재 방지 대책 발표를 앞두고 ‘충전율 제한’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기아는 먼저 배터리 수명과 차량 성능 향상을 위해 애초에 최대 용량까지 충전하지 못하도록 마진(여유)을 두고 제조된다는 근거를 들었다. 차량에 표시되는 ‘충전율 100%’는 배터리 최대 용량까지 충전된 게 아니라는 의미다. 또한 그 범위를 넘어 충전되는 문제가 발생해도 ‘배터리 두뇌’ 역할을 담당하는 배터리관리시스템(BMS)이 “전력과 스위치를 차단해 추가적인 충전을 막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배터리 화재는 충전량과 무관하게 (셀) 제조 불량이나 외부 충돌 등에 의해 내부 물리적 단락(합선)이 발생해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라고 주장했다. 윤원섭 성균관대 에너지과학과 교수도 최근 “충전율과 화재는 당연히 관련이 있지만 지배적 원인은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KG모빌리티가 전기차 특별 안전 점검에 나서는 등 다른 완성차 업체들 또한 전기차 고객의 불안감 해소에 나선 상황. 17개 완성차 업체가 일제히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한 데 이어 저마다의 안전 대책, 기술력을 소개하는 데 열중하는 분위기다.

LG에너지솔루션이 배터리 모듈에 방화 소재를 적용하기로 하는 등 배터리셀 업체들도 마찬가지.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연구원장은 “외신조차 주목하는 이례적인 사고가 국내에서 발생하면서 ‘전기차 대중화’ 시기로 진입하는 초창기에 전기차 산업 생태계 전체가 큰 난제에 부닥친 형국”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이번 화재로 그간 ‘친환경성’만 강조하며 보급률을 높이는 것에 중점을 두던 전기차 정책을 되짚어 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기차가 늘어나는 것만큼 전기차 화재 건수도 가파르게 오르는 만큼 중장기적인 안전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얘기다.

소방청의 연료별 자동차 화재 건수와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의 누적 자동차 등록 대수에 따르면 전기차 1만 대당 화재 발생 건수는 2019년 0.78대에서 2023년 1.32대로 급증했다. 2023년 수치에서 전기차는 경유(1.48대)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는 “비교적 새 차인 전기차의 화재 발생 건수가 노후 차량이 많은 가솔린보다 많아졌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보급률을 올리는 것에만 급급하다가 정작 안전이 등한시돼 있었는데 이번에 설익은 정책이 아닌 근본적인 안전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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