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 편성 비율 놓고 고심 “우량기업 편성하자니 성장률 걱정 유망기업 늘리자니 신뢰도가 문제” 전문가 “수익보다 장기전 준비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전경. 2015.7.2. 뉴스1
“밸류업 지수를 우량 기업 위주로 편성하자니 향후 성장률이 걱정이고, 저평가 기업 비중을 늘리자니 지수 신뢰도가 문제입니다.”
최근 한 식사 자리에서 만난 한국거래소 관계자가 한 말입니다. 9월 중 발표 예정인 ‘코리아 밸류업 지수’에 편성될 기업을 두고 고민이 깊다는 건데요. 밸류업 지수는 정부가 한국 증시 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해 진행 중인 밸류업(기업가치 개선) 정책의 일환으로 준비되고 있습니다.
밸류업 지수 개발을 통해 수익성을 높이고 주주 친화적인 정책을 펴는 기업들에 자금이 유입되도록 하겠다는 구상입니다. 통상 새로운 지수가 개발되면 이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가 만들어지고, 국민연금과 같은 기관이나 외국인의 자금이 들어오기 때문에 해당 지수에 편입되는 기업들에는 상당한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언뜻 생각하면 현시점에 높은 수익을 내고 있고, 주주 환원도 잘하는 우량 기업을 포함하는 게 타당해 보입니다. 다만 이 경우 편입되는 기업들의 주가가 이미 높게 책정돼 있기 때문에 향후 지수의 성장성이 낮을 우려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현재 저평가된 유망 기업을 다수 포함하게 되면 자칫 밸류업 지수의 의미가 퇴색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유망한 기업이라 하더라도 현시점에서 수익성이 높지 않고, 적극적인 주주 환원 정책을 펼 여력이 적은데 밸류업 지수에 포함시킬 수 있느냐는 거죠. 한 자본시장 관계자는 “현 우량 기업과, 향후 주주 환원에도 적극 나설 의사를 보이는 성장 기업을 어느 정도 비율로 섞어 지수에 편입할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지수 자체의 수익률보다 시장에 주는 메시지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습니다. 결국 밸류업 지수 편입 기업들은 다른 기업보다 수익성이 좋고 주주 환원 정책을 적극적으로 펴는 기업이라는 인식이 주주들 사이에 확산돼야 한다는 거죠. 한 자본시장 관계자는 “밸류업은 ‘장기전’인 만큼 지수의 단기 수익률에 집중하기보다 밸류업에 동참하는 기업들에 자금이 유입될 수 있도록 꾸준히 지원하겠다는 메시지를 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