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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뷰티 후방 지원군’… 신제품 年 1000개 개발도

입력 | 2024-08-21 03:00:00

국내 화장품 위탁생산 업체들
상반기 스킨케어 샘플만 1만개… 34년간 특허 출원 1100건 넘어
“립스틱 향 개발위해 직접 먹어봐”
기술 축적… 브랜드에 판매 제안도



16일 서울 서초구 내곡동에 있는 한국콜마종합기술원의 향료연구센터에서 연구원이 제품을 시향해보고 있다. 종합기술원은 화장품 ODM 업체인 한국콜마의 연구개발(R&D) 인력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한국콜마 제공



16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구 내곡동에 있는 한국콜마 종합기술원의 UV테크이노베이션 연구소. 자외선 차단제 성능을 시험하는 장비가 눈부신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연구원들은 샘플 제품을 손과 얼굴에 발라보고 있었다. 홍인기 UV테크이노베이션 연구소장은 “출근하면 선크림을 발라보느라 하루에 세수를 10번은 한다”며 “한국에서 유통되는 자외선 차단 제품의 약 70%는 한국콜마 제품”이라고 했다.

한국콜마는 K뷰티의 든든한 후방 지원군이다. ‘한국콜마’라는 화장품 브랜드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 대신 한국콜마는 올해 기준 3776개 화장품 브랜드의 제품을 만들고 있다. 인디 브랜드를 보유한 중소기업들은 대부분 자체 생산 시설이 없고 한국콜마와 코스맥스 같은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 회사에 제조를 의뢰한다. 반도체 산업에 비유하면 인디 브랜드는 반도체 설계(팹리스) 회사, 한국콜마와 코스맥스는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인 셈이다.

한국콜마가 제조한 인디 브랜드 화장품은 글로벌 시장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조선미녀의 ‘맑은쌀선크림’이 대표적이다. 한국콜마가 위탁 생산한 이 제품은 세계 최대 이커머스 플랫폼 아마존에서 판매량 1위를 차지했다. 증권가에서는 K뷰티의 인기에 힘입어 한국콜마가 올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영업이익 2000억 원을 넘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019년 8월에 건립된 한국콜마 종합기술원은 세종과 충북 오창 등 전국에 흩어져 있던 연구소를 통합한 시설이다. 종합기술원을 둘러보면서 ‘위탁 생산 업체이니 고객사가 시키는 대로 만들겠지’라는 편견이 깨졌다. 오히려 반대로 한국콜마가 자사의 기술력으로 제품을 개발해놓고, 마케팅과 유통에 강한 브랜드에 먼저 제안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한국콜마가 34년간 출원한 특허건수는 올해 8월 기준 1108건이다. 한국콜마는 매년 매출액의 약 7%를 연구개발(R&D)에 투자한다. 한국콜마 관계자는 “7%는 ODM 화장품 업계 최고 수준”이라고 했다.

종합기술원은 대규모 생산시설을 압축해놓은 ‘작은 공장’이면서 ‘과학 실험실’ 같았다. 스킨케어(피부 관리) 연구소에서는 원료를 골고루 섞는 설비 등 100여 대의 실험 장비를 갖추고 제품 개발에 한창이었다. 이곳에선 연간 1000개가 넘는 신제품이 개발된다. 스킨케어 연구소가 올해 상반기(1∼6월)에 만든 샘플만 1만 건에 달한다. 다양한 원료를 섞어보고, 직접 발라보는 게 연구원들의 일상이다.

향료연구센터로 걸음을 옮겼다. 이곳에서는 향 전문 연구원들이 새로운 향을 개발한다. 화장품뿐만 아니라 치약, 샴푸, 보디 제품에 들어가는 향도 만든다. 고은성 한국콜마 향료연구센터 팀장은 “립스틱은 바르다가 먹을 수도 있기 때문에 ‘먹었을 때 불쾌하지 않은’ 향 개발을 위해 매일 소량의 립스틱을 먹어보고 평가한다”며 “1년에 립스틱 한 개 분량은 먹는 것 같다”고 했다.

한국콜마와 함께 K뷰티 후방 지원군 역할을 하는 화장품 ODM 양대 산맥은 코스맥스다. 코스맥스는 상반기 연결 매출이 1조783억 원으로 처음 1조 원을 넘겼다. 전년 동기 대비 22% 증가한 것이다. 코스맥스도 한국콜마처럼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내외 고객사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한 인디 화장품 브랜드 관계자는 “세계적 수준의 기술을 갖춘 ODM 회사들이 한국에 없었다면 무척 막막했을 것”이라며 “우리는 이들의 기술력 덕분에 제품의 마케팅, 유통, 브랜딩에 집중할 수 있다”고 했다.



이민아 기자 om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