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으로 ‘빚투’ ‘영끌’이 되살아나면서 올 6월 말 기준 가계 빚이 1900조 원에 육박하며 역대 최대치로 불어났다. 금융권의 가계대출은 7, 8월에도 크게 늘어난 만큼 현재 가계 빚 총량은 이보다도 더 높은 수준일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는 뒤늦게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내달부터 더 축소하기로 했지만 “이미 골든타임을 놓쳤다”란 비판이 나온다.
한국은행이 20일 발표한 ‘2024년 2분기 가계신용(잠정)’ 통계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896조2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1분기(1~3월) 말(1882조4000억 원)보다 13조8000억 원이나 늘어난 수치로 2002년 4분기(10~12월) 관련 통계 공표 이래 역대 최대치다. 특히 가계대출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잔액 1092조7000억 원)이 16조 원 급증했다. 1분기(12조4000억 원)를 훌쩍 뛰어넘는 증가 폭이다.
가계 빚 급증은 집값이 다시 상승할 것이란 기대감으로 주담대 상승세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어서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8·8 주택공급 대책’에도 불구하고 서울 집값 오름 폭이 더 커지면서 부동산 매매를 위한 대출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압박에 신한은행이 7월 중순 이후 6차례나 대출 금리를 인상하는 등 은행들이 앞다퉈 대출금리 인상 릴레이를 벌였지만 가계대출 증가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올해 초 1%대 정책 대출을 내놓고, 당초 7월 시행 예정이었던 2단계 스트레스 DSR 도입을 미루는 등 주담대 폭증의 빌미를 줬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정책 혼란으로 수요를 부추기고 이를 억제할 시기를 놓쳤다는 것이다.
고삐 풀린 가계 빚… 1896조 역대 최대
16일 서울시내 한 은행에 주택담보대출 관련 현수막이 걸려 있다 2024.7.16/뉴스1
최근 재테크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카카오뱅크 주담대 신청을 위해 ‘오픈런’에 나선 실수요자들의 글이 이어지고 있다.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등의 혜택을 받으려는 주담대 수요자들이 매일 오전 6시 카뱅 주담대 신청에 몰리고 있는 것이다. 1일 대출 접수량이 제한돼 성공이 쉽지 않지만 적잖은 수요자들이 수차례씩 재도전한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주담대 수요가 전체적으로 늘어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은 20일 6월 말 기준 가계신용이 1896조2000억 원에 이르다고 발표했다. 1분기(1~3월) 말(1882조4000억 원)보다 13조8000억 원이나 불어난 수치다. 2002년 4분기(10~12월) 처음 통계를 공표한 이후 역대 최대치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 총 가구는 2273만 가구로, 가계신용을 가구 단위로 나누면 가구당 평균 8340만 원의 빚이 있다는 얘기다.
가계신용은 지난해 2분기(4~6월·8조2000억 원), 3분기(7~9월·17조1000억 원), 4분기(7조 원) 계속 늘다가 올해 1분기 들어서야 3조1000억 원 줄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이 되살아나면서 불과 한 분기 만에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특히 주담대(잔액 1092조7000억 원)가 16조 원 급증했다. 증가 폭도 1분기(12조4000억 원)보다 커졌다. 주담대 위주로 가계대출이 증가했다는 뜻이다.
금융당국은 그동안 은행들에 가계대출 관리 강화를 주문했고 이에 은행들은 대출금리 줄인상을 벌여 왔다. 수요 억제 차원에서 대출 금리를 하루가 멀다 하고 끌어올렸다. 5대 은행은 7월 초부터 20차례 금리 인상을 결정했다. KB국민은행이 5회, 신한은행이 6회, 하나은행이 2회, 우리은행이 5회, NH농협은행이 2차례 등이다.
대출금리 인상에도 가계부채 증가세가 잡히지 않자 금융당국은 내달부터 2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을 도입해 수도권 주담대 한도를 축소하기로 했다. 하지만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여전해 과연 이 같은 규제로 대출 열기가 가라앉을지는 의문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번 규제는 정책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을 낮출 뿐”이라며 “주택 공급을 통한 집값 안정이라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미비한 상황에서 오히려 ‘대출 막차 수요’를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