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변종국의 육해공談]60년 전 설계된 하늘길, 너무 비좁아졌다

입력 | 2024-08-20 23:09:00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확장 공사 현장. 인천국제공항공사 제공

변종국 산업1부 기자

공군과 국토교통부가 인천국제공항 인근에 있는 군작전구역(MOA)을 일부 축소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ACMI와 R88이라 불리는 서해 북부 공역을 3마일(약 4.8km) 줄이기로 뜻을 모으고 있다. 군사적 목적으로 쓰이는 하늘길인 군 공역 축소를 논의하는 건 민항기가 다닐 수 있는 하늘길을 더 넓혀서 인천공항의 항공기 수용 능력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2차선 도로를 4차선으로 늘리기 위해 공간을 확보하는 거라 생각하면 된다.

인천국제공항은 2001년 개항 이후 단계적으로 확장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10월 말이면 제4활주로 신설, 인천공항 제2터미널 확장 등을 포함한 4단계 공사가 마무리된다. 이렇게 되면 연간 1억600만 명이 이용할 수 있는 공항으로 거듭난다. 그런데 공항의 덩치는 커지고 있지만 주변 하늘길은 여전히 좁다는 문제가 있었다. 태생적인 한계 때문이다. 공항 북쪽으로는 북방한계선(NLL)이 있고 남쪽으로는 MOA가 있으며, 동쪽으로는 수도권 비행금지 구역 등이 자리 잡은 탓이다.

공항 이용객을 많이 수용할 기반을 갖춘다고 해도 하늘길이 좁으면 비행기가 많이 오갈 수 없다. 공항에 대거 비행기가 몰리면, 관제사들은 공항 인근 하늘에 비행기를 대기시키고 순차적으로 이착륙을 시킨다. 하늘길이 좁으면 이착륙 절차가 지연되면서 공항 운영에 차질이 생긴다. 공항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대도시가 형성되고 있는데 대도시로 들어가는 도로가 2차선이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상습 정체로 인해 도시 경쟁력이 저하될 가능성이 높다. 민항기가 오가는 하늘길을 넓히지 않으면 인천공항 연간 이용객 1억 명 시대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거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현재 인천공항은 시간당 항공기 75대를 관제할 수 있으며, 연간 처리 가능 여객 수는 약 7700만 명 수준이다. 항공업계는 시간당 80∼85대를 관제할 수 있어야 이용객 1억 명 처리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현재 논의대로 결정이 된다면 인천공항은 시간당 최대 85대까지 관제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2022년 공항 수용 능력 기준 세계 7위였던 인천공항이 이스탄불 공항과 두바이 공항에 이어 세계 3위 규모의 공항으로 거듭나게 된다.

추가로 고려해야 할 것이 있다. 정부는 ‘2030년 인천공항 국제 여객 1억3000만 명’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지금 논의되는 수준보다 하늘길을 더 넓혀야만 이뤄질 수 있는 목표다. 이에 업계에서는 장기적 관점에서 대한민국 공역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의 공역은 60년 전 미국이 당시의 항공기 및 전투기 성능과 항공 교통량 등을 반영해 설계했다. 그러나 오늘날의 항공기 성능과 항공 운송 수요 등은 60년 전과 크게 달라져 있다.

공항과 항공기 운영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공역이 개선되면 항공산업 경쟁력이 더욱 강화될 수 있다. 다만 군 공역은 안보와 연관돼 있다 보니 항공업계 입장만을 고려할 수는 없다. 항공산업 경쟁력 강화와 군의 현대화라는 큰 틀 안에서, 국가적 과업으로서 안보와 산업 발전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공역 재조정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변종국 기자의 유튜브 채널 ‘떴다떴다 변비행’에서 관련 동영상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인천공항 때문에 서해 군작전구역 20년 만에 바뀌나?'
https://youtu.be/Vc60pIg2l6Q


변종국 산업1부 기자 bj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