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박성환 금융통계팀 조사역(왼쪽부터), 김민수 금융통계팀장, 최정윤 금융통계팀 차장이 참석한 가운데 2024년 2/4분기 가계신용(잠정) 설명회가 열리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한국 가계가 진 빚이 1900조 원에 육박하면서 사상 최고가 됐다. 수도권 집값이 들썩이면서 주택담보대출이 늘어난 영향이 크다. 이자 부담으로 인한 소비 위축을 피하기 위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80% 선까지 가계대출을 끌어내리겠다는 정부 목표에 비상등이 켜졌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6월 말 가계신용 잔액은 1896조2000억 원으로 3개월 전보다 13조8000억 원 늘었다. 국민 1인당 3660만 원의 빚을 지고 연간 150만 원 넘는 이자를 갚고 있다는 의미다. 개인 빚이 작년 한국인 1인당 GDP 4334만 원의 84%나 된다. 가구당으로는 8340만 원의 빚을 지고 연간 300만 원 넘게 이자로 내는 꼴이다. 가계신용은 주담대를 포함한 대출이 90% 이상이고, 나머지는 신용카드 사용액, 마이너스 대출 등이다. 6월 말 주담대 잔액은 1092조7000억 원으로 3개월 전보다 16조 원 증가해 가계 빚 급증을 이끌었다.
문제는 1분기에 3조1000억 원 감소했던 가계부채가 2분기 중 가파른 상승으로 돌아섰다는 점이다. 7, 8월에 급증한 주담대를 고려할 때 가계부채 총액은 이미 1900조 원을 넘어섰을 것이다. 정부가 저금리 정책자금 대출 수십조 원을 풀어 ‘빚내서 집 사라’는 신호를 준 게 결정적이었다. 7월 시행하려던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를 2개월 미루는 바람에 막차 대출 수요가 몰려 사태가 더 심각해졌다.
한국은 2021년 8월 미국 등 다른 선진국에 앞서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먼저 디레버리징(부채 감축)을 시작했는데도 3년 사이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순위는 주요 44개국 중 6위에서 4위로 높아져 부채 축소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렇게 과중해진 가계 빚은 두고두고 내수 회복, 성장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국민들이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야 한다고 조바심을 느끼게 만든 정부의 정책 실패가 뼈아픈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