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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스 경제 공약 ‘바가지 요금 금지’ 뭘까…가격 통제 위험

입력 | 2024-08-21 11:23:00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내놓은 가장 주목 받는 경제 공약인 ‘바가지 요금 금지(Ban Price Gouging)’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해리스는 식료품의 바가지 요금을 금지해 인플레이션을 잡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바가지 요금을 어떻게 정의하고 어떤 방식으로 금지할지에 따라 경제 효과는 천차만별이다. 바가지 요금과 자본시장의 힘 사이에 경계가 매우 모호할 수 있고 바가지 요금을 막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라고 경제매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경제학자들의 발언을 인용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식품업계는 해리스의 공약에 강하게 반발하며 인플레이션이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 재편으로 공급망이 꼬이고 정부 자금투입으로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해리스의 공약에 대해 “공산주의적 가격 통제”라고 힐난했다.

WSJ이 인용한 경제학자들은 ‘바가지 요금’에 대해 극단적 사례를 제외하고 가격 폭리를 식별하고 이에 대한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바가지 요금을 금지하는 규정은 사실상 가격통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제품에 가격 상한을 부과하면 판매 의욕이 꺾여 판매량이 줄고 그러면 품귀현상이 초래될 수 있다. 경제학 입문 교과서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가격 상한제의 실례인 임대료 통제정책은 다수의 경제학자들이 좋지 않은 아이디어로 언급된다고 WSJ은 전했다.

바가지 요금 금지라는 가격 통제의 경제적 효과도 미지수다. 자연재해와 같은 극단적 비상사태가 발생하면 플로리다주의 경우 “필수 생필품, 주거시설, 개인창고 시설을 비양심적 가격으로 임대, 판매, 리스 혹은 이를 제안하는 모든 행위는 불법”으로 규정한다. 코로나 직후 트럼프 역시 의료품에 대한 가격 폭리를 막는 행정명령을 발동하기도 했다.

극단적으로 비상인 상황에서 가격을 인상하는 것은 약탈적인 행위로 공급은 기업이 보유한 물량으로 제한되기 때문이다. 과거 코로나 직후 마스크 품귀현상도 비슷한 사례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가격이 보내는 신호가 중요하다고 경제학자들은 강조한다고 WSJ은 전했다. 허리케인이 강타한 섬에서 생수 가격이 급등하면 생수를 빨리 공급받으려는 동기가 생기는데 물이 부족한 시기에 인위적으로 가격을 낮추면 사재기도 부추길 수 있다.

경제학자들은 어느 정도 가격통제를 인정하는 분야를 자연적 독점부문으로 한정한다고 경제학 입문서의 저자인 그렉 맨키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는 지적한다.

문제는 식품 사업은 독점이 아니라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한 매장에서 가격을 너무 올리면 다른 매장을 선택할 수 있다. 맨키 교수는 “기업은 항상 탐욕적”이라며 “가격을 원가에 가깝게 유지하는 것은 경쟁의 힘”이라고 강조했다.

해리스 역시 경쟁을 강화하겠다고는 약속했다고 WSJ은 전했다. 해리스는 자신의 경제 계획에 대해 “위기를 악용하고 규칙을 어기는 기회주의적 기업에 대한 새로운 처벌이 포함된 것으로 규칙을 준수하고 앞서 나가려는 소규모 식품 기업을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해리스가 원하는 물가 안정책이 경쟁을 늘리지만 가격 상한을 설정하는 데에 의존하지 않아야 경제학자들의 호평을 받을 수 있다고 WSJ은 덧붙였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