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종다리’가 북상하면서 국내 최대 전력수요가 또다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20일 오후 5시 기준 최대 전력수요는 97.1기가와트(GW)로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21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전력 서울본부 1층에 설치된 모니터에 전력수급현황이 나타나고 있다. 2024.8.21/뉴스1
제9호 태풍 ‘종다리’의 영향으로 21일 오전 전국적으로 강한 비가 내렸지만 오후 들어 비가 잦아들면서 다시 끈적한 더위가 한반도를 뒤덮었다. 태풍이 몰고 온 덥고 습한 바람이 체감온도를 다시 높인 것이다. 기상청은 “당분간 최고 체감온도가 33~35도 내외로 오르는 등 무더운 날씨가 31일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21일 기상청에 따르면 전날 오후 9시경 서해안에서 열대성 저기압으로 약화된 종다리는 충남 서해안과 수도권에 많은 비를 뿌렸다. 20일 오후 5시부터 21일 오후 5시까지 충남 서산시(137.6mm)와 태안군(128.0mm), 경기 연천군(124.5mm)과 파주시(108mm), 인천 강화군(107.6mm) 등에 100mm 넘는 물폭탄이 쏟아졌다.
특히 연중 해수면이 가장 높아지는 백중사리 기간(20~23일)에 폭우가 내리면서 서해안 곳곳에서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21일 오전 인천 남동구 소래포구 어시장에선 일부 저지대에 바닷물이 차올라 인천수협에서 피해 방지 조치를 취했다. 국립해양조사원에 따르면 이날 오전 인천의 조위(해수면 높이)는 경계 단계까지 높아졌고, 22일 오전 최고 수위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21일 오전 충남 보령시 일대에는 시간당 30mm 가까운 비가 내려 오천항 인근 주택이 침수되기도 했다. 광주와 전남에선 태풍 종다리의 영향으로 20, 21일 번개가 1400회 관측됐다.
태풍이 지나갔음에도 티베트 고기압과 북태평양 고기압의 ‘이중 열 커튼’은 여전히 한반도를 뒤덮고 있다. 전문가들은 태풍 종다리가 예상보다 빠른 42시간 만에 소멸된 것도 티베트 고기압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고기압 중심에선 상층의 공기가 하강하는데 티베트 고기압의 누르는 힘이 워낙 강하다 보니 태풍이 서해상을 지나면서 덩치를 키우지 못했다는 것이다.
기상청은 태풍이 몰고 온 덥고 습한 바람까지 더해져 폭염과 열대야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기상청 중기예보에 따르면 최소 31일까지 전국적으로 최고기온은 33도, 최저기온은 25도 안팎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은 20일 밤~21일 새벽에 31일째 열대야를 기록했다. 열대야는 밤사이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인 현상인데 제주의 경우 벌써 37일째 열대야가 이어지고 있어 국내 열대야 최장기록(49일)을 경신할 가능성도 있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보령=이정훈 기자 jh89@donga.com
담양=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