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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지역에서 10여 년간 양계장을 운영해온 A 씨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출하를 열흘 정도 앞두고 폭염으로 인해 키우던 닭 12만 마리 중 2만 마리가 폐사했기 때문이다. 금액으로 치면 대략 3000만 원가량 손해를 본 셈이다. A 씨는 “아침마다 죽은 닭을 치우면서 하루를 시작했는데, 그 심정은 말로 다 표현 못 한다”며 “태풍 이후에도 날이 덥다고 하니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올여름 폭염이 지속되면서 두 달여간 가축이 100만 마리 가까이 폐사하고, 배추를 비롯한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여기에 태풍 ‘종다리’ 등 기상 변수까지 더해지며 향후 밥상 물가가 더 들썩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두 달여간 가축 100만 마리 폐사
(사진=뉴시스)
이에 닭, 돼지 등 축산물 물가도 폭염 전보다 소폭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20일 기준 육계 1kg당 소매 가격은 6089원으로, 폭염 전인 5월 20일 평균 소매 가격(5969원)보다 2%가량 올랐다. 같은 기간 삼겹살 1kg 소비자가격도 7% 올랐다. 여기에 최근 발생한 가축 전염병이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더해지며 농가들의 근심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폭우에 이어 찜통더위까지 이어지며 농산물 물가 불안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21일 배추 한 포기 평균 소매 가격은 전월(5146원) 대비 34.6% 상승한 6926원이다. 1년 전과 비교하면 19.7% 비싸고 평년보다는 29.7% 높은 수준이다. 시금치(100g) 소매 가격은 1년 전보다 48.9%, 파프리카(200g)는 29.7% 올랐다.
● 상추 171%, 오이 99% 폭등
집중 호우 등 기상 악화 영향으로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7월 생산자물가가 소폭 상승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7월 생산자물가지수는 전월보다 0.3% 오른 119.56이다. 농수산품은 전월보다 1.6% 올랐으며 상추(171.4%)와 오이(98.8%)가 크게 올랐다. 21일 서울 소재 유통매장에서 오이 등 농산품이 판매되고 있다. 2024.08.21. [서울=뉴시스]
특히 농산물(1.5%)과 수산물(2.2%)을 포함한 농림수산물이 전월보다 1.6% 상승하며 생산자물가를 끌어올렸다. 세부 품목별로 보면 상추(171.4%)와 오이(98.8%), 닭고기(3.8%) 등의 오름세가 컸다. 생산자물가는 1개월여의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조만간 식탁 물가가 들썩일 가능성이 크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폐사한 닭과 돼지는 전체 사육 마릿수의 각각 0.37%, 0.54% 수준(20일 기준)으로 수급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라면서도 “혹시 모를 전염병 확산 가능성에도 만반의 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호우와 폭염 등으로 가격이 오른 채소류도 비축 물량 방출과 조기 출하 지원 등을 통해 수급을 관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세종=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