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대외금융자산 2분기 1148조원 엔비디아 열풍 등에 10년전의 10배로 이자-배당 수익 ‘선진국 경제’로 전환 투자 유출로 국내 증시 약화 우려도
저금리 엔화로 해외 자산을 사들이는 일본의 ‘와타나베 부인’처럼 해외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 자산을 불리는 ‘김 부장’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우리 국민이 해외에 투자한 금융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純)대외금융자산은 올 2분기(4∼6월) 말 기준 1150조 원에 달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2401조 원)의 절반에 육박하는 규모다.
해외 부채보다 자산이 많은 ‘순대외자산국’으로 전환한 지 10년이 채 되지 않아 순대외금융자산 규모가 세계 10위권 이내로 진입하며 ‘자본 수출국’ 대열에 올라선 것이다. 제조업 성장으로 무역흑자를 쌓는 개발도상국형 경제에서 해외 자산에 붙는 이자와 배당 소득으로 먹고사는 선진국형 경제로 전환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투자 자금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해외로 유출됨에 따라 국내 증시나 자본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일부 제기된다.
● 우리 국민 해외 자산 10년 새 10배 늘어
순대외금융자산이 ‘플러스(+)’를 기록한 것은 외국인이 우리나라에 투자한 금융자산보다 국내 개인 및 기관 투자가가 해외에 투자한 금액이 많다는 의미다. 2014년 809억 달러로 처음으로 플러스를 기록한 순대외금융자산은 10년 만에 10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의 순대외금융자산 규모는 세계 9위였다.
전문가들은 해외 투자 증가세가 가계 안정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자국 경기가 나쁠 때도 해외 투자로 높은 소득을 얻는 일본 국민처럼, 우리 국민도 해외에서 얻은 이자 및 배당 소득으로 소비 수준이 올라가고 노후 안정을 얻는 등 긍정적인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 “과도한 국내 투자 해외 유출은 경계해야”
다만 최근 급증하는 해외 투자가 저조한 국내 증시 때문이라는 점은 우려할 대목이다. 올 들어 20일(현지 시간)까지 나스닥 지수가 20.7%, 다우존스가 8.3% 오르는 동안 코스피는 21일 기준 1.2% 오르는 데 그쳤다. 코스닥은 11.3% 하락했다.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증시 저평가)’를 해소하겠다며 ‘밸류업(가치 제고)’에 나섰지만 개인 투자자들이 계속해서 국내 증시를 외면한다면 밸류업은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달 내놓은 보고서에서 “투자 해외 유출이 지속된다면 단기적으로는 실물 경기 회복 지연을 일으킬 수 있고, 중장기적으로는 성장 잠재력 약화, 환율 불안 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