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맹성규 위원장이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처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전세사기 피해 구제법을 22대 국회의 1호 민생법안으로 통과시키기로 했다. 21대 국회 말 민주당이 단독 처리하고,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폐기됐던 법을 3개월 만에 여야가 의견을 절충해 타협한 첫 민생법안이다. 야당의 입법 강행과 대통령 거부권 행사, 법안 폐기가 도돌이표처럼 반복되는 정쟁의 악순환을 끊을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가 그제 통과시킨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 안정에 관한 특별법’에는 경매로 나온 전세사기 주택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낙찰 받아 피해 세입자에게 최장 10년간 무상으로 빌려주는 내용 등이 담겼다. 그 후엔 공공임대 수준의 가격에 10년을 더 빌려준다. 여야는 이르면 28일 본회의에서 법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이 법안은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현금으로 보증금을 먼저 돌려주고, 나중에 집을 처분해 자금을 회수하자는 민주당의 ‘선(先)보상, 후(後)지원’ 법안과 차이가 있다. 하지만 정부가 대신 내놓은 10년 무상 임대안이 사실상 현금 지원과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고, 입법이 더 늦어지면 피해자들의 고통이 커진다는 점 때문에 민주당이 법안을 수용하면서 여야 합의가 이뤄졌다.
총선과 여야 지도부 개편, 탄핵·청문회 정국을 거치며 국회의 기능은 사실상 마비된 상태였다. 전세사기법만 해도 피해 발생 후 3년이 넘도록 입법이 이뤄지지 않아 국회의 책임 방기란 비판이 컸다. ‘K칩스법’ 등 국가경쟁력 강화에 꼭 필요한 입법 과제들도 줄줄이 대기 중이다. 여야 새 지도부가 구성됐고, 곧 여야 대표 만남도 예정돼 있다. 여야 모두 민생과 먹고사는 문제 해결을 내세우고 있는 만큼 모처럼의 전세사기법 합의가 다른 민생 법안 처리의 물꼬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