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전 대법원장은 재임 때 가장 큰 고민으로 우수한 인재를 법관으로 뽑기 어려워졌다는 점을 꼽았다. 조희대 대법원장도 취임 직후 같은 고민을 토로했다. 현재 법원은 경력 5년 이상의 변호사 중에서 법관을 뽑고 있다. 대강 뽑는다면 충원에 문제가 없다. 그러나 법원은 예전처럼 우수한 인재를 원한다. 변호사로서 우수한 인재는 대부분 유명 로펌에 가 있는데 법관보다 훨씬 높은 연봉을 받는다. 그들이 연봉을 낮춰 가며 법원으로 오려 하지 않는다.
▷법조 일원화는 2013년부터 시작됐다. 법관도 검사도 변호사를 해본 사람 중에서 충원한다는 것이다. 세상 물정을 알아야 수사와 기소도 재판도 제대로 할 수 있지 않느냐는 취지에서다. 변호사 경력 3년 이상에서 시작해 5년, 7년, 10년 이상으로 차츰 늘려 간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검찰이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졸업생을 바로 검사로 뽑으면서 처음부터 구멍이 뚫렸다. 반면 법원은 막 법조계에 들어온 우수한 인재를 검찰에 뺏기면서도 변호사 경력자로 법관을 충원하기 시작했다.
▷법원조직법에 따르면 내년에는 7년 이상 경력자, 2029년부터는 10년 이상 경력자를 뽑아야 한다. 올해 안에 개정되지 않으면 법원의 우수 인재 영입은 더 어려워진다. 법원은 몇 년 전부터 개정을 국회에 요구했다. 그러나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요지부동이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이 반대해 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갑자기 민주당 의원들이 법관 임용에 필요한 최소 경력을 계속 5년으로 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재명 대표 1심 선고를 앞둔 시점이어서 법원의 환심을 사려는 의도로도 보인다. 그럼에도 이 문제의 해결이 시급한 것임은 틀림없다.
▷법관의 월급을 올려주지 못하면 일이라도 줄여야 한다. 일을 줄이려면 법관 수를 늘려야 하는데 국회가 늘려주지 않는다. 국민 1인당 소송 건수는 이웃 일본보다 8배가 많다. 소송 건수를 줄일 방법도 뾰족하지 않다. 변호사 경력 10년 이상의 법관으로 법원이 채워져야 제대로 된 법조 일원화라고 할 수 있다. 단순한 사법개혁이 아니라 근본에서부터의 사법개혁이 없으면 법조 일원화도 성공하기 어려울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