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처 인덱스 2024년 한국 특집호 표지 (Springer Nature 제공) 2024.08.21 /뉴스1
네이처는 한국 특집호에서 “한국은 과학기술 연구에 대한 가성비(bang for buck)가 낮은 나라”라고 지적했다. 네이처 인덱스에 따르면 2022년 국가별 GDP 대비 R&D 투자 비율은 이스라엘이 5.6%로 세계 1위며 한국은 5.2%로 2위다. 이어 미국(3.6%), 일본(3.4%), 독일(3.1%) 등 순이다. 주요 국가들 가운데 이스라엘과 한국만 5%가 넘는다.
하지만 한국의 연구 성과는 세계 8위에 그쳤다. 미국이 1위였고, 중국이 2위, 독일이 3위였다. 네이처는 국가별 R&D 경쟁력 및 성과를 측정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개발한 성과 지표(셰어·Share)를 활용했다.
한국이 과학 분야에서 투입 대비 성과가 떨어지는 원인에 대해 ‘다양성의 부족’과 ‘학계와 산업계 간 선순환 고리가 약화됐다’는 점을 지목했다. 네이처는 “한국의 연구가 세계에 알려지는 것은 다양성과 개방적인 문화에 달려 있다”며 “해외 인재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한국 주요 대학들에 대한 정부의 규제가 심해 자율성이 부족하다”며 “규제로 인해 대학의 연구가 산업으로 제대로 흘러가지 못한다”고 분석했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매년 R&D 예산부터 과제까지 수시로 바뀌니 돈은 돈대로 쓰고 과학계 성과는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며 “예산 및 과제의 연속성, 적극적 인재 확보 등 다양한 측면에서 개선 노력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네이처는 일본과 비교해 한국을 꼬집기도 했다. 네이처는 “이미 노벨상 수상자 20여 명을 배출한 일본의 경우 수십 년에 걸쳐 하나의 주제를 연구한다”면서 “반면 한국에서는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기적인 관점을 가지고 꾸준한 투자를 해야 학계 및 사회에 영향력이 큰 혁신 연구가 나온다”고 덧붙였다.
한국에서 여성 과학자 비중이 지나치게 낮은 점도 지적했다. 네이처는 “2022년 기준 한국의 여성 연구인력은 전체 인력의 23%에 불과하다”면서 “이런 현상이 한국의 가장 두드러진 약점”이라고 했다. 또 “10억 원 이상의 대형 과학 프로젝트를 맡는 남성 연구자는 1100명인데 여성은 70명에 머물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졸업 직후에는 남성과 비슷한 비율로 과학계에 취업하지만 30~50대까지는 남성에 비해 30%가량 낮은 취업률을 보인다는 문제점도 언급했다.
네이처는 또 “한국이 더 많은 국제협력을 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해외 인재 유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에 따르면 국내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외국인은 2012년(473명)에서 2021년(1944명)까지 약 4배가 늘었지만, 이들 중 한국에 남지 않고 자국으로 돌아간 비중은 2018년 45.6%에서 2021년 62%로 매년 늘었다.
최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