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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 칼럼]코로나19 재확산… 소리 없이 건강 위협하는 ‘저산소 혈증’

입력 | 2024-08-22 03:00:00

이언 가천대 의대 신경외과 명예교수





이언 가천대 의대 신경외과 명예교수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환자가 급격히 늘고 있다. 코로나19에 감염되면 2, 3일에서 최장 2주가량 잠복기를 거친 후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무기력감이나 37.5도 이상 고열, 기침, 인후통, 가래, 근육통, 두통, 호흡 곤란, 폐렴 등이 대표적 증상이다. 심각한 경우 폐 손상에 따른 호흡부전으로 숨질 수도 있다.

코로나19 증상은 코로나 확산기를 거치면서 국민 상당수가 숙지하게 됐다. 하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증상도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침묵의 저산소 혈증’이다.

보통 산소가 부족하면 숨이 가빠지고 답답함을 느낀다. 그러나 일부 코로나19 환자들은 혈액 속 산소 농도가 위험할 정도로 낮아져도 별다른 불편함을 느끼지 못한다. 치료를 담당하는 의료진을 당혹스럽게 만드는 이 증상이 침묵의 저산소 혈증이다.

일반적으로 혈중 산소포화도가 95% 이상이면 정상이다. 또 90% 미만으로 떨어지면 위험 신호로 여겨진다. 그런데 놀랍게도 일부 코로나19 환자들은 산소포화도가 80% 이하로 떨어져도 편안한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거나 휴대전화를 조작한다. 일부 의사들은 이런 환자들을 보고 ‘행복한 저산소 혈증’이란 표현을 쓰기도 한다. 해외 논문에 따르면 코로나19 입원 환자의 20∼40%가 이런 경험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날까. 전문가들은 폐의 특정 부분만 영향을 받아 전체적인 호흡 기능은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라거나 바이러스가 뇌의 호흡 조절 중추에 영향을 미쳐 몸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고 있기 때문이라는 등의 가설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원인이 정확하게 밝혀지진 않았다.

이런 현상이 위험한 이유는 환자가 자신의 상태가 심각하다는 걸 인지하지 못해 병원 방문을 미루다가 갑자기 상태가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다행히 최근에는 스마트워치 같은 웨어러블 기기나 맥박 산소측정기 등 집에 쉽게 비치할 수 있는 기기로 간단히 혈중 산소포화도를 측정할 수 있다. 정확도도 비교적 높은 편이다.

몸에 이상이 있다면 이들 기기를 활용해 혈중 산소농도, 맥박, 심박변이도(HRV), 체온 등을 지속적으로 확인하는 게 좋다. 고령층은 호흡이 곤란하거나 가슴에 답답한 증상이 없어도 정기적으로 측정하면 좋다. 이 과정에서 작은 변화라도 감지되면 즉시 의료진과 상담하는 게 필요하다. 그래야 조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고 심각한 합병증도 예방할 수 있다.



이언 가천대 의대 신경외과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