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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술로 ‘두창 백신’ 개발… 엠폭스-생물테러 막는다

입력 | 2024-08-22 03:00:00

국립보건연구원 개발 현장 가보니
사망률 높아 무기로 이용 땐 위험
백신 보유만 해도 테러 방지 효과… 최근 확산 중 엠폭스도 80% 예방
3세대 백신으로 접종 편의성 높여… 2029년 상용화 목표로 임상 진행



지난달 25일 충북 청주시 국립보건연구원 공공백신개발지원센터에서 연구자들이 두창 백신 개발 관련 실험을 하고 있다. 질병관리청 제공



지난달 25일 충북 청주시 국립보건연구원 공공백신개발지원센터 실험실.

오염 물질을 빨아들이는 음압 후드 앞에서 연구자들이 ‘두창 백신’ 관련 실험을 하고 있었다. 두창(Smallpox·천연두)은 바이러스로 감염되는 피부 발진과 고열을 동반하는 질환이다. 이날 연구자들은 두창 백신을 접종한 혈액으로 백신이 바이러스를 얼마나 예방할 수 있을지 실험을 진행했다.

최근 정부는 ‘3세대 두창 백신’ 개발을 추진 중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980년 두창이 박멸됐다고 공식 선언했지만 두창 백신은 여전히 유용하다고 의료계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바이러스를 이용한 생물테러 등에 대비할 수 있고 최근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유행하는 엠폭스(원숭이두창)를 예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 “백신 주권 확보에 한 걸음 더”

현재 3세대 두창 백신은 질병관리청 소속 국립보건연구원과 HK이노엔이 공동 개발 중이다. 연구원 관계자는 “현재 임상 1상을 신청한 상황”이라며 “2028년까지 임상 3상을 마친 뒤 식품의약품안전처 품목 허가를 거쳐 2029년 상용화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두창 백신은 먼저 생물테러를 대비하기 위해 필요하다. 생물테러는 바이러스, 세균, 곰팡이, 독소 등을 이용해 대량으로 살상하거나 질병을 일으키는 것이다. 두창은 정부가 감염병관리법에서 생물테러에 이용될 위험성이 높은 것으로 규정하고 따로 관리하는 감염병 중 하나다.

20세기 들어서만 3억 명이 두창으로 숨졌고 완치돼도 몸과 얼굴에 심한 흉터가 남을 정도로 후유증이 심하다. 잠복기가 10∼12일로 긴 편이라 전파되기 쉽고 사망률도 30% 정도로 매우 높은 편이다. WHO가 40년 전 박멸을 선언한 뒤 예방 접종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부분 면역력도 형성되지 않았다. 연구원 관계자는 “국내 기술로 3세대 두창 백신을 개발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국가 공중보건 위기 상황에 대한 대응 능력을 일정 부분 갖추게 되는 것이고 생물테러 위험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 3세대 백신 접종 쉽고 대상자 폭 넓어

현재 국내에서 사용하는 3세대 두창 백신은 덴마크 제약사 바바리안노르딕의 진네오스가 유일하다. 연구원 관계자는 “진네오스는 단가가 높은 편인데 팬데믹 상황에서는 예산이 많이 필요해 충분한 양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며 “이 때문에 국내 연구 중인 3세대 두창 백신에 엠폭스 예방 효능을 추가해 개발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3세대 두창 백신은 2세대 백신보다 접종 가능 대상자가 많고 접종 방식도 간단하다. 2세대 두창 백신의 경우 심질환자, 면역 저하자, 임산부 등 인구 10∼20%는 접종이 불가능하다. 또 주사 형태가 아니라 끝이 두 개로 갈라진 특수 바늘로 피부에 여러 차례 상처를 내면서 접종해야 해 숙련된 의료인이 필요하다. 반면 3세대 두창 백신은 국민 대부분에게 접종할 수 있고 일반 주사기로도 접종이 가능하다. 연구원 관계자는 “정부가 개발에 착수한 지 6년 만에 3세대 두창 백신에 대한 임상 1상 신청을 했다”며 “속도를 내 상용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 엠폭스 예방에도 효과

두창 백신은 급성 발진성 감염병인 엠폭스에 대해 예방 효과가 약 8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엠폭스는 감염자나 감염된 동물의 체액, 오염된 물질 등에 접촉했을 때 감염될 수 있다. 초기 증상이 발열과 오한, 근육통 등 감기와 비슷하지만 1∼3일 뒤부터 발진도 나타난다.

WHO는 콩고민주공화국을 중심으로 엠폭스 발생이 급증하고 인접국인 케냐 등으로 확산되자 이달 14일 엠폭스 국제공중보건위기상황(PHEIC)을 선포했다. 이에 따라 질병청도 21일 엠폭스를 검역감염병으로 재지정했다. 또 콩고민주공화국과 에티오피아, 케냐 등 8개국을 검역관리지역으로 지정하고 검역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한국도 엠폭스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지난해 국내에서 151명이 엠폭스에 감염됐고 올해 1∼7월에는 확진자 10명이 발생해 보건 당국은 긴장하며 아프리카 등의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청주=김소영 기자 ks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