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41개 팀 도전… 내일 결승전 “동해바다…” 한국어 교가 제창 자막과 함께 日전역 생중계 민단 “재일동포에 용기 준 기쁜 일”
일본의 한국계 민족학교인 교토국제고 야구 선수들이 21일 효고현 니시노미야시 한신 고시엔 구장에서 열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고시엔) 준결승전에서 역전승을 거둔 뒤 기뻐하고 있다. 아사히신문 제공
일본의 한국계 민족학교인 교토국제고가 제106회 일본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고시엔)에서 대망의 결승에 올랐다. 2021년 4강 진출을 넘어선 역대 최고 성적이다.
1999년 야구부를 창단한 교토국제고는 23일 동도쿄 대표 간토다이이치(關東第一)고교와 결승전을 갖고 한국계 고교 사상 첫 고시엔 우승이라는 위업에 도전한다.
교토국제고는 21일 효고현 니시노미야시 한신 고시엔 구장에서 열린 고시엔 준결승전에서 아오모리현 대표인 아오모리야마다(青森山田)고교를 3-2 역전승으로 꺾고 결승에 진출했다.
백승환 교토국제고 교장은 경기 후 “꿈에 그리던 결승까지 올라가게 돼서 정말 기쁘고 (학생들이) 대견스럽다”며 “일본에 계신 동포분들께 감동을 드릴 수 있어서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교토국제고의 연전연승에 재일동포 사회는 흥분하고 있다. 재일본대한민국민단(민단) 중앙본부 관계자들은 이날 미니 태극기를 들고 모여 응원전을 펼쳤다. 김이중 민단 중앙단장은 “이번 쾌거는 일본 전역의 동포에게 용기를 준 기쁜 일”이라며 “결승전은 고시엔 구장에 직접 가 응원석에서 동포들과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고교야구가 프로야구 이상의 인기를 구가하는 일본에서는 교토국제고의 결승 진출을 이변을 넘어 기적으로 평가한다. 올해 고시엔에는 일본 전국 3441개 팀이 지역 예선에 도전해 49개 팀이 본선에 올랐다. 예선부터 한 번이라도 지면 그대로 탈락하기 때문에 고시엔 본선 자체가 ‘꿈의 무대’로 불린다.
각 지역의 야구 명문교에는 초고교급 선수들이 즐비하다. 이날 준결승에서 만난 아오모리야마다고교는 시속 152km를 뽐내는 에이스가 마운드에 올랐다. 반면 교토국제고는 전교생이 160명에 불과하고 정규 규격 야구장의 절반 크기인 반쪽 운동장에서 연습한다. 야구공조차 부족해 실밥이 터지면 테이프로 칭칭 감아 공이 찌그러질 때까지 쓴다. 이번 대회 출정식을 연 학교 강당은 낡은 에어컨이 고장 나 선수들이 선풍기로 더위를 식혀야 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