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권장기준의 두 배에 달하는 불소가 함유된 수돗물을 마신 어린이는 지능지수(이이큐·IQ)가 저하될 우려가 있다고 미국 정부가 공식 인정했다
국립 독성물질관리프로그램(National Toxicology Program·NTP)이 기존 연구들을 분석해 작성한 최근 보고서에서 미 연방 기관은 높은 수준의 불소 노출과 어린이의 IQ저하 사이의 연관성을 ‘중간 수준의 신뢰성’으로 처음 인정했다.
AP통신은 “비록 이 보고서가 수돗물에 포함된 불소만의 건강 영향을 평가하기 위해 작성된 것은 아니지만, 높은 불소 수치가 신경학적 위험을 초래할 수 있음을 인정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2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불소는 치아를 강화하고 충치를 예방하는 역할을 하며, 낮은 농도의 불소를 음용수에 첨가하는 것은 지난 세기 최고의 공중보건 성과 중 하나로 여겨진다.
국내에서는 일부 지역에서 불소화 수돗물을 공급하다 유해성 논란으로 인해 5~6년 전 대부분 중단된 상태다. 국내에서는 수돗물 내 불소 함유량을 물 1ℓ당 0.8㎎으로 제한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음용수의 안전한 불소 농도를 1.5㎎/ℓ, 충치 예방을 위한 권장 수돗물 불소 농도는 1ℓ당 0.7~1㎎으로 설정했다. 미국 연방 보건 당국은 2015년 이후 1ℓ당 0.7㎎을 권장하고 있다. 이전 50년간 권장 상한선은 1.2㎎/ℓ였다.
연구를 수행한 NTP는 캐나다. 중국, 인도, 이란, 파키스탄, 멕시코에서 수행한 연구들을 분석한 결과, 1.5㎎/ℓ 이상의 불소가 포함된 음용수를 지속적으로 섭취할 경우 어린이의 IQ 저하와 연관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인구의 약 0.6%인 190만 명 정도가 1.5㎎/ℓ 이상의 불소가 포함된 수돗물을 사용하고 있다.
보고서는 낮은 수준 함유된 불소가 갖는 위험성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리지 않았으며,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또한 높은 수준의 불소가 성인에게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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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소는 물과 토양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미네랄이다. 약 80년 전, 과학자들은 자연적으로 불소가 더 많이 포함된 물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충치가 더 적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이를 계기로 치아 건강을 위해 불소 사용을 독려하는 움직임이 시작됐다. 수돗물뿐만 아니라 치약에도 널리 사용됐다.
이후 진행한 많은 연구에서 높은 수준의 불소 노출이 뇌 발달과 영향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동물연구에서는 불소가 학습, 기억, 실행 기능 및 행동을 담당하는 뇌 영역에서 신경화학 세포 기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결과를 보여줬다.
2019년 캐나다와 미국 공동 연구팀은 불소가 든 수돗물을 임신부가 마시면 특히 아들의 IQ가 떨어질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