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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표현을 갖고 우리 음식을 이야기할 때는 매우 조심하여야 한다. 청국장을 나타내는 ‘시(豉)’는 기원전 중국의 문헌을 포함해 우리나라 문헌에 이미 많이 나온다. 중국 문헌인 박물지에 “중국에 청국장(豉)이 오랑캐에서 들어왔다”고 되어 있고, 우리나라 삼국사기 등에도 결혼 예물로 시(豉) 또는 염시(鹽豉)를 보냈다고 나온다. 이를 두고 어떤 이는 중국의 기록에 먼저 나오니 청국장이 중국에 먼저 있었다고 이야기한다.
권대영 한식 인문학자
먼저 콩의 원산지는 황허(黃河) 문명이 탄생한 중국 중원이 아니라 랴오허(遼河) 문명의 근거지인 만주와 한반도이다. 즉 고조선의 뿌리가 있는 땅이 콩의 원산지이다. 20세기부터 우리 조상의 땅이 콩의 원산지라는 주장이 많았는데 21세기 유전공학이 과학적으로 이를 확증시켜 주었다. 그러니 “중국이 아닌 오랑캐(東夷)로부터 청국장이 들어왔다”고 하는 기록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된다. 이 오랑캐는 콩의 원산지를 갖고 있는 우리 민족 외에는 있을 수 없다. 중국에 청국장이 먼저 있어서 우리나라로 들어왔을 것이라는 주장은 사실이 될 수 없다. 모든 음식은 그 지역에 있는 식물을 어떻게 먹을까 하면서 탄생하는 것이다.
이렇게 청국장과 메주를 시(豉) 하나로 표현하던 것을 증보산림경제 등에서 청국장 우리말의 음을 차용해 淸國醬, 戰國醬, 靑麴醬, 戰豉醬 등으로 표현하기 시작하니까, 현학자들이 단지 이 한자의 뜻을 풀어 “청국장은 청나라 전쟁 때 빨리 먹기 위해 탄생한 음식이다”라는 헛된 주장을 한 것이다. 이런 왜곡된 주장에 편승하여 근대의 한자사전에는 시(豉)에서 청국장은 빠져나가고 메주만 남게 되었다.
허균의 도문대작(屠門大嚼·1611)에 나오는 초시(椒豉)를 고추장이 아닌 ‘고추메주’라고 하면 우리나라 역사에 한 번도 없었던 음식이 있는 것처럼 되어버리지 않나.
권대영 한식 인문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