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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국장이 중국서 들어왔다고? 사대주의서 비롯된 해석 오류[권대영의 K푸드 인문학]

입력 | 2024-08-22 22:54:00

게티이미지뱅크코리아



한자 표현을 갖고 우리 음식을 이야기할 때는 매우 조심하여야 한다. 청국장을 나타내는 ‘시(豉)’는 기원전 중국의 문헌을 포함해 우리나라 문헌에 이미 많이 나온다. 중국 문헌인 박물지에 “중국에 청국장(豉)이 오랑캐에서 들어왔다”고 되어 있고, 우리나라 삼국사기 등에도 결혼 예물로 시(豉) 또는 염시(鹽豉)를 보냈다고 나온다. 이를 두고 어떤 이는 중국의 기록에 먼저 나오니 청국장이 중국에 먼저 있었다고 이야기한다.

권대영 한식 인문학자

근대에 발간된 한자사전에는 시(豉)가 메주를 나타낸다고 하여 그 전에 나오는 시(豉)까지 청국장이 아닌 메주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 더 나아가서는 청국장이 청국장(靑國醬) 또는 전국장(戰國醬)이라고 쓰인 문헌을 보고 “청국장은 청나라 전쟁 때 빨리 먹기 위해 탄생한 음식이다”라고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콩의 원산지와 음식, 우리 음식의 한자 기록 원리도 모르고 우리 음식이 중국에서 왔을 것이라는 사대주의적 생각을 바탕으로 한자의 뜻을 해석하여 말하기를 좋아하는 현학자들이 만든 오류이다.

먼저 콩의 원산지는 황허(黃河) 문명이 탄생한 중국 중원이 아니라 랴오허(遼河) 문명의 근거지인 만주와 한반도이다. 즉 고조선의 뿌리가 있는 땅이 콩의 원산지이다. 20세기부터 우리 조상의 땅이 콩의 원산지라는 주장이 많았는데 21세기 유전공학이 과학적으로 이를 확증시켜 주었다. 그러니 “중국이 아닌 오랑캐(東夷)로부터 청국장이 들어왔다”고 하는 기록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된다. 이 오랑캐는 콩의 원산지를 갖고 있는 우리 민족 외에는 있을 수 없다. 중국에 청국장이 먼저 있어서 우리나라로 들어왔을 것이라는 주장은 사실이 될 수 없다. 모든 음식은 그 지역에 있는 식물을 어떻게 먹을까 하면서 탄생하는 것이다.

청국장을 나타내는 한자의 뜻을 제대로 알려면 근대의 한자사전이 아니라 한글 창제 당시의 한자사전인 훈몽자회(訓蒙字會)나 내경(內經)을 봐야 한다. 훈몽자회 등에는 시(豉)가 쳥귝, 쳔국, 젼귝, 며조, 메죠 등으로 나와 있다. 즉 오늘날 청국장과 메주를 다 시(豉)로 표기했다는 것이다. 청국장과 메주의 차이를 과학적으로 보면 콩을 삶아서 말리지 않은 채로 낮은 온도에 놓아 두면 청국장이고, 콩을 삶아서 쉬지 않게 말려 놓아 두면 메주이기 때문에 이 두 가지를 시(豉)로 표기했다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청국장은 딱딱하지 않기 때문에 바로 먹을 수 있지만 메주는 딱딱해서 물에 불려서 먹으려고 했고, 이때 쉬거나 썩지 않으려고 소금을 쓴 것은 지혜의 영역이다. 이것이 나중에 된장과 간장이 된다.

이렇게 청국장과 메주를 시(豉) 하나로 표현하던 것을 증보산림경제 등에서 청국장 우리말의 음을 차용해 淸國醬, 戰國醬, 靑麴醬, 戰豉醬 등으로 표현하기 시작하니까, 현학자들이 단지 이 한자의 뜻을 풀어 “청국장은 청나라 전쟁 때 빨리 먹기 위해 탄생한 음식이다”라는 헛된 주장을 한 것이다. 이런 왜곡된 주장에 편승하여 근대의 한자사전에는 시(豉)에서 청국장은 빠져나가고 메주만 남게 되었다.

허균의 도문대작(屠門大嚼·1611)에 나오는 초시(椒豉)를 고추장이 아닌 ‘고추메주’라고 하면 우리나라 역사에 한 번도 없었던 음식이 있는 것처럼 되어버리지 않나.


권대영 한식 인문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