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사진. ⓒGettyimagesBank
정반대 지역에 사는 직장 상사를 공짜로 카풀해주고도 연차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면박을 들었다는 사연이 공분을 일으켰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면허 취소된 회사 상사와 카풀 때문에 퇴사 생각 중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 많은 관심을 얻었다.
강화도에 사는 20대 후반 사회초년생이라고 밝힌 글 작성자 A 씨는 “강화도에서 차 없이 김포로 출퇴근할 수가 없다. 그래서 차를 구매했다”고 운을 뗐다.
A 씨는 “면접 합격해서 출근하게 됐다. 1달 지나고 갑자기 대표가 오더니 나한데 과장이랑 카풀을 하라고 했다. 일단 사회 초년생이고 첫 직장이라 얼떨결에 ‘아 네 알겠습니다’라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과장이 집 어디냐고 물어봐서 집 위치를 말했더니 가는 길일 거라고 하더라. 여기서 내가 정확하게 물어봤어야 되는데, 사수고 엄청 무서운 분위기를 가진 사람이라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전에도 사소한 걸로 많이 혼났다. 그런데 알고 보니 집이 정반대였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도 사진을 첨부하면서 “첫 번째 사진이 회사에서 집까지 경로다. 21km 거리에 소요 시간 30분이 나온다. 두 번째 사진이 카풀할 때의 경로다. 42km 거리에 소요 시간이 58분 나온다. 거리가 2배로 늘었다. 출퇴근 포함하면 하루에 40km를 더 가야 한다”고 불편을 호소했다.
A 씨 집에서 회사까지 걸리는 시간과 거리(위), 과장을 카풀하면 걸리는 시간과 거리(아래). (온라인 커뮤니티)
그러면서 “게다가 커피마저 더치페이다. 하루는 그 사람이 냈으면 하루는 내가 사야한다. 기름 값 한번 받아본 적 없다. 그렇게 두 달을 카풀을 했다. 아침에 40분, 비오면 50분 일찍 출발했다”고 부연했다.
그는 “과장 집이 전원주택이여서 엄청 경사가 높은데 위험할 정도다. 내 차가 승용차인데 차체가 낮아서 언덕이 급하게 경사가 있는 곳이라 그 집 올라갈 때마다 차체 밑이 쓸린다. 그래도 참고 다니려고 했다. 카풀 때문에 퇴사하면 내 경력에도 흠갈까봐 1년만 참고 이직하자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A 씨가 더 이상 참지 못하게 된 계기가 생겼다. A 씨는 “한 번도 연차를 안 쓰다가 수습 끝나고 처음으로 이틀을 붙여 썼다. 근데 연차 쓸 때부터 과장이 눈치를 주기 시작했다. ‘자기는 출퇴근 어떻게 하냐고’ 했다”면서 “어이가 없어서 ‘그럼 그전에는 어떻게 출퇴근 하셨냐’고 하니까 ‘엄마가 데려다 줬다’고 하더라. ‘과장님도 차를 사시는 게 어떻겠느냐’고 웃으면서 자연스럽게 말했더니 당당하게 ‘차 있었는데 음주해서 면허 취소됐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틀 연차 쓰고 회사 출근했는데 과장이 나 때문에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출근했다고 눈치를 엄청나게 주면서 이제부터 연차 쓸 거면 자기한테 1달 전에 말하라고 하더라. 기분이 나빠져서 ‘이건 아니지 않냐. 카풀도 보통 거리가 어느 정도 되어야지 해주는 거 아니냐. 카풀 때문에 하루에 40km를 두 달 동안 더 타고 있다’고 했더니 ‘그런 거 하나하나 따지냐’고 뭐라고 하기 시작했다”고 부연했다.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청구해서 안 주면 갑질로 노동부에 제출해라”, “사장도 과장도 미쳤다. 퇴사하고 과장이 안 주면 사장에게 달라고 해라”, “과장 태우는 데 들어간 시간도 업무의 연장으로 해서 꼭 청구해라”, “진짜 양심이 없나” 등 비판하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송치훈 동아닷컴 기자 sch5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