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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터미널’ 현실판…2년째 칠레 공항 떠나지 못하는 남자

입력 | 2024-08-22 11:50:00

jennyguzmanm 틱톡 영상 갈무리


공항에 발이 묶여 어느 곳으로도 떠나지 못하는 남자를 그린 영화 ‘터미널’(톰행크스 주연, 2004)의 실사판이 등장했다.

아이티 국적의 한 남성이 칠레 공항에 2년째 거주하고 있다는 사연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20일 더칠릭, 비오비오칠레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조셉이라는 44세 남성은 2022년부터 칠레 산티아고에 있는 아르투로 메리노 베니테스 국제공항에 머물고 있다.

그의 기구한 사연은 jennyguzmanm이라는 틱톡커 덕분에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틱톡 영상에서 이 남성은 “발이 묶였습니다. 떠나고 싶지만 비행기표를 살 돈이 없습니다. 여기서의 삶은 너무 힘듭니다. 나는 떠나고 싶습니다”라고 말한다.

조셉은 2016년 일자리를 찾아 도미니카 공화국으로 갔다가 칠레에 입국했다고 한다.

그는 한동안 건설 현장에서 일하다가 2021년 해고됐다. 이후 심각한 생활고에 시달리던 그는 칠레 신분증과 관련 서류까지 모두 잃어버렸다고 한다.

2022년부터 더 이상 일자리를 찾지 못하게 된 그는 공항에서 이용객들에게 받은 구호품이나 기부금으로 숙식을 해결하고 있다.

카트에 짐을 싣고 공항을 어슬렁거리는 모습은 마치 영화 ‘터미널’의 주인공과 닮아 소셜미디어를 통해 영상이 퍼지기 시작했다.

그는 칠레를 떠나기 위해 인도적 지원을 구하고 있다. 조셉은 칠레에서 추방당해도 좋다며 “아이티나 멕시코로 가고 싶지만 나를 도와줄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이 남자의 주장이 사실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영상에서 남자가 허공을 향해 중얼거리는 점에서 정신적 문제를 겪는 부랑자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또 영화에서 주인공은 고국이 쿠데타로 사라져 돌아가지 못하는 점과 차이가 있다.

이 사연은 칠레 주재 아이티 대사관에도 전달됐다. 대사관 측은 조력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언론은 전했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