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미국 연방대법원이 대학 입시에서 비(非)백인 학생을 우대하는 ‘소수인종 우대정책(Affirmative action)’을 폐지한 뒤 치러진 첫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입시에서 흑인과 라틴계 학생 수는 급감했고, 아시아계 학생 수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인종에 대한 배려 없이 역량 위주로 선발한 결과, 전통적으로 학업 능력에서 강세를 보여온 아시아계 학생들의 명문대 진학이 더 유리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2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날 MIT는 “2028년 학번 학부생 모집에서 아시아계 학생들이 거의 절반을 차지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입학년도가 아닌 졸업 예상년도를 기준으로 학번을 표기한다. 2028년 학부생은 소수인종 우대정책이 폐지된 뒤 처음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이다. 미국의 주요 대학 중 소수인종 우대정책 폐지 후 선발된 학생들의 인종 구성 현황을 발표한 건 MIT가 처음이다.
MIT 홈페이지 갈무리.
앞서 일부 아시아계와 백인 학생들은 “인종에 대한 배려로 실력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며 소수인종 우대 정책을 비판해 왔다. 특히 이들은 ‘공정한 입학을 위한 학생들(Students for Fair Admissions·SFFA)’이란 단체를 만들어 하버드대와 노스캐롤라이나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소수인종 정책 폐지를 이끌어 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대학 캠퍼스의 인종 다양성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 특히 MIT처럼 과학과 수학 분야에서 수준 높은 학업 능력이 필요한 대학은 더욱 그렇다는 지적이 나온다. 슈밀 MIT 입학처장은 NYT에 “흑인과 히스패닉 학생들은 (높은 수준의) 미적분학, 물리학, 컴퓨터 과학을 가르치는 고등학교에 다닐 가능성이 적다”며 “이런 환경에 처한 학생들에게 다가가려는 노력을 더 해야한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소수인종 우대정책이 폐지된 만큼, 대학 입시에서 성적의 반영 비중을 줄여 인종적 다양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