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마지막 왕국’(김영사)
다니엘 튜더.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고종 아들 의친왕 이강(1877~1955)의 일생을 그린 장편소설 ‘마지막 왕국’(김영사)을 내놓은 영국인 작가 다니엘 튜더는 22일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모두가 유관순은 아는데 유관순에게 독립운동 정신을 가르쳐준 김란사는 모른다. 의친왕, 김란사 등 잊혀진 인물들에게 빛을 비추고 싶은 마음으로 썼다”며 이렇게 말했다. 김란사(1872~1919)는 독립운동가로 조선 최초의 여성 미국 유학생이다. 한국인들에게도 잘 알려지지 않은 이 인물을 ‘한국인보다 한국을 더 잘 아는 외국인’으로 불리는 그가 신작 소설에 등장시킨 것.
그는 전 이코노미스트 한국 특파원으로, 한국 사회에 대한 비평 에세이 ‘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문학동네), ‘익숙한 절망 불평한 희망’(문학동네)을 펴냈다. 신간은 그의 첫 소설로, 영어로 쓴 뒤 한국어로 번역했다. 이르면 내년 영어판이 출간될 예정이다.
그는 1시간 10분가량 이어진 간담회 내내 한국어로 답했지만, 한글 책을 읽는 데 모국어인 영어보다 5배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자료조사와 집필에 꼬박 5년이 걸린 이유다. 그는 취재 과정에서 이강의 자녀 중 한 명인 이해경 여사를 미국에서 인터뷰했다. 그는 “구한말 왕실에서 왕자나 공주는 김치의 하얀 부분만 먹을 수 있었는데 이해경 여사는 초록색 부분을 가장 맛있어 했다고 한다”며 “작품에서 왕자나 공주가 상궁들에게 ‘제발 초록색 김치 주세요’라고 말하는 대목은 그렇게 탄생했다”고 말했다.
한국 여성과 결혼해 생후 10개월 된 딸을 둔 그는 “아빠가 되고 나서 저출산 이슈에 관심이 생겼다”며 “차기작으로 한국의 저출산 문제에 대한 논픽션을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