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는 오염수 방류, 핵연료 잔해 제거를 마친 뒤 2050년까지 후쿠시마 1원전 폐로 작업을 마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핵연료 잔해 제거는 시작조차 못 하고 있고, 오염수 방류도 종료일이 정해지지 않았다. 일본 정부와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후쿠시마 원전 인근 바다에 문제가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원전을 둘러싼 불안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 후쿠시마 핵연료 제거 시작부터 ‘삐걱’
후쿠시마 원전 내 원자로 바닥에는 폭발 사고로 녹아내린 핵연료 잔해 880t가량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잔해 인근에서는 시간당 최대 수십 시버트의 방사선량이 계측되고 있다. 이는 사람이 몇 분만 머물러도 죽을 수 있는 수준이다.
이 때문에 사람이 직접 작업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로봇을 개발해 원격 조종으로 꺼내겠다는 계획이다. 도쿄전력은 이번 시험 제거에서 원자로 격납 용기의 지름 60cm 파이프에 장치를 넣고 바닥 21m 밑에서 3g 무게의 작은 파편을 집어낼 예정이었다. 내시경 수술과 비슷한 원리다. 도쿄전력은 시험 제거한 핵연료 잔해 파편을 분석한 뒤 향후 본격적인 핵연료 제거 작업 계획 등을 세울 예정이다.
하지만 이번에 꺼낼 핵연료 잔해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고, 앞으로 언제 어떻게 어느 정도 양을 제거할지는 아직 계획이 없다. 이 때문에 일본 내에서도 2050년 폐로 계획 달성은 사실상 어려운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 끝 보이지 않는 오염수 처리
도쿄전력의 허술한 대응도 불안감을 키우는 요인이다. 지난해 10월에는 도쿄전력 협력업체 직원들이 오염수 정화 장비인 다핵종제거설비(ALPS) 배관을 청소하다가 방사성 액체를 뒤집어쓰는 사고가 발생했다. 올 2월에는 밸브를 실수로 열고 오염수 정화 장치 오염 제거 작업을 하다가 오염수 1.5t이 땅에 스며들었다. 사이토 겐(齋藤健) 일본 경제산업상은 잇딴 사고를 일으키는 도쿄전력 경영진을 불러 “도쿄전력의 폐로 작업 안정성을 둘러싸고 지역과 국내외 불안을 사고 있다. 무겁게 받아들여 달라”고 이례적으로 공개 경고했다.
한편 현재까지 일본 정부, IAEA 등이 측정한 후쿠시마 인근 바다에서 삼중수소 등 방사성 물질이 기준치를 넘어 분석된 적은 없다. 후쿠시마 1원전 주위에서 채취한 바닷물의 삼중수소 농도는 일본 정부와 IAEA가 정한 방출 기준(L당 1500베크렐·연 22조 베크렐)보다 크게 낮은 200~300베크렐 수준이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