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4.08.22 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2일 기준금리를 연 3.50%로 동결했다.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5%에서 2.4%로 낮췄다. 경기가 예상보다 나빠질 것으로 내다보면서도 금리를 내리지 못한 건 수도권 집값 급등, 가계부채 증가 문제가 심상찮다고 봤기 때문이다.
금통위의 금리 동결은 이번이 13번째다. 기준금리는 지난해 2월부터 1년 7개월째 같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최장기간 동결 기록을 계속 경신하고 있다. 금통위는 통화정책 방향 결정문에서 “정부 부동산 대책이 수도권 주택가격, 가계부채 등 금융 안정에 미치는 영향을 좀 더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현재 경제 사정은 집값, 가계빚 문제만 없다면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해도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이다. 민간소비·투자가 심하게 위축되면서 수출 호조로 높아지는 성장률을 끌어내리고 있고, 물가와 환율은 이전에 비해 안정세다. 중소기업·자영업자의 폐업과 파산이 급증하는 등 고금리의 부작용도 커지고 있다. 올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한은이 0.1%포인트 낮춘 것도 이런 점 때문이다. 게다가 글로벌 금리를 주도하는 미국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다음 달 기준금리를 단번에 0.5%포인트 낮추는 ‘빅 컷’이 현실화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자에 짓눌린 가계소비에 활력을 불어넣고, 중소상공인의 부담을 줄이려면 고금리를 계속 끌고 갈 순 없다. 용산 대통령실 관계자가 금리 동결에 대해 “내수 진작 측면에서 보면 아쉬움이 있다”고 평했는데, 부동산·금융 정책 실패로 금리 인하의 발목을 잡은 정부가 하기엔 염치없는 말이다. 정부는 현 상황에 책임감을 느끼고 금리를 내릴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