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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고위관리 “러 본토공격에 서방무기 사용제한 풀어야”

입력 | 2024-08-23 03:00:00

내주 회원국 외교-국방장관과 논의
우크라 “美로켓 하이마스로 러 공습”
러 “서방, 지원 안했다고 거짓말” 반발



21일 우크라이나 동부 격전지 도네츠크주 도네츠크 일대에서 우크라이나 병사들이 미국이 지원한 ‘M777’ 곡사포를 발사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날 우크라이나는 최근 공격한 러시아 남부 쿠르스크주 일대를 타격하기 위해 미국제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를 사용했다고 처음 밝혔다. 도네츠크=AP 뉴시스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있는 유럽연합(EU)의 고위 관리가 ‘러시아 본토 공격에 대한 서방 무기의 사용 제한’을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본토 공격에 서방 무기를 사용하자는 주장이 힘을 받으며 전쟁이 또 다른 국면을 맞을지 주목된다. 그는 다음 주 EU 회원국 외교·국방장관들과 이를 논의하겠다고 예고했다.

주제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21일 소셜미디어 X를 통해 “우크라이나의 쿠르스크 공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전쟁) 서사에 심각한 타격”이라며 “러시아군에 대한 (군사) 역량 사용 제한을 해제하면 여러 중요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방 국가들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면서도 대다수가 러시아 본토 공격은 금하고 있지만 이를 허용하자는 주장이다. 그는 “다음 주 EU 외교장관 및 국방장관들과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진전시키기를 기대한다”며 관련 논의에 속도를 낼 계획임을 내비쳤다.

보렐 대표는 최근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쿠르스크주에서 점령지를 확대하자 더 적극적으로 지원하면 승산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본토 공격을 일종의 ‘레드라인(red line·저지선)’으로 설정하며 이를 어길 경우 핵 공격 등을 경고한 바 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기습 뒤에도 러시아는 서방에 강경한 대응을 펼치지 않고 있다. 이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레드라인이 사실상 무의미해졌다고 주장했다. 보렐 대표도 이런 시각에 동의하며 향후 전황을 낙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21일 성명에서 쿠르스크 지역에서 러시아의 물류를 교란하는 작전에 미국산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을 사용했다고 처음 인정했다. 최근 러시아 본토 기습의 성과가 서방의 무기 지원 덕분에 가능했음을 부각시킨 것이다. 이를 통해 무기 사용 제한 완화도 이끌어내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러시아 외교부 마리야 자하로바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서방이 쿠르스크 지역을 향한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발언은 거짓말”이라고 비판했다고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이 보도했다. 하지만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이날 몰도바 키시너우를 방문한 자리에서 “우크라이나가 이번 군사작전을 (우리와) 논의 없이 매우 비밀리에 준비했다”며 미국과 마찬가지로 사전 협의가 없었음을 시사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