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학생 비율 1년새 15→5%로 줄어
지난해 6월 미국 연방대법원이 대학 입시와 공공기관 채용 등에서 비(非)백인계를 우대하는 ‘소수인종 우대정책(Affirmative action)’을 위헌 판결한 후 처음 치러진 매사추세츠공대(MIT) 입시에서 흑인, 히스패닉(라틴)계 입학생이 줄고 아시아계 학생 수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날 MIT는 “2028년 학번 학부생 모집에서 아시아계 학생들이 거의 절반을 차지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입학연도가 아닌 졸업 예상연도를 기준으로 학번을 표기한다. 미국 주요 명문대 중 소수인종 우대정책 폐지 후 선발된 학생들의 인종 구성 현황을 발표한 학교는 MIT가 처음이다.
올해 MIT 신입생 중 흑인, 라틴계, 원주민 및 태평양 섬 출신 학생 비중은 16%로 최근 몇 년간 평균(25%)에 비해 9%포인트 하락했다. 특히 지난해 15%에 달했던 흑인 학생의 비중이 올해 5%로 크게 줄었다. 같은 기간 라틴계 학생 비중도 16%에서 11%로 감소했다.
흑인 인권운동이 활발했던 1960년대 도입된 소수인종 우대정책은 태생적으로 ‘역차별’ 논란을 불렀다. 특히 주요 인종 중 학업 성적이 가장 우수한 아시아계는 “우리도 소수자인데 역차별을 받는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백인 역시 불만이 많았다. 결국 백인과 아시아계를 중심으로 ‘공정한 입학을 위한 학생들(Students for Fair Admissions·SFFA)’이란 단체가 생겼고 하버드대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대법원의 위헌 판결을 이끌어냈다.
다만 미 주요 대학의 인종 다양성이 약해지고 있다는 비판 또한 제기된다. 특히 MIT처럼 과학과 수학 분야에서 수준 높은 학업 능력이 필요한 대학은 인종 다양성이 앞으로 더욱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튜어트 슈밀 MIT 입학처장은 NYT에 “흑인과 히스패닉 학생들은 (높은 수준의) 미적분학, 물리학, 컴퓨터 과학 등을 가르치는 고등학교에 다닐 가능성이 작다. 이런 환경의 학생들에게 다가가려는 노력을 더 해야 한다”고 밝혔다.
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