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佛-獨서 수입 엔진 등 납기 지연 “국방 핵심소재 79% 수입에 의존 우방국과 방산협력 적극 추진해야”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미국 프랑스 등으로부터 일부 부품을 구하지 못해 국산 헬기 수리온(KUH-1)의 납품을 연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코로나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원자재 수급이 불안정해진 것이 부품 공급 지연으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한국 방위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국내 방산 생태계를 확장하는 동시에 우방국과의 공급망 협력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오고 있다.
2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수리온은 지난해부터 미국 프랑스 독일 등에서 수입하는 엔진과 스와시 플레이트(헬기 프로펠러 제어장치), 착륙 장치 등의 수급 문제를 겪고 있다. 해당 국가에서 코로나 팬데믹 이후 원자재의 원활한 공급이 어려워졌고, 인력 재충원이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서 부품 제조 역량이 떨어진 탓이다. 또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집중하면서 자국 물량을 우선하는 국방우선순위배분체계(DPAS)를 발동한 것도 원인이 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공급망 문제가 한국 방산 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산업연구원의 ‘국방 핵심 소재 자립화 실태 분석 및 공급망 강화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방 핵심 소재 10종의 총 조달금액은 8473억 원인데, 이 중 78.9%(6684억 원)를 수입에 의존했다. 글로벌 공급망에 문제가 생기면 생산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장원준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 방산 생태계를 확대해 부품 국산화 및 소재 국산화를 이뤄야 한다”라면서 “동시에 국방 공급망 조사를 정례화해서 취약점을 파악하고 우방국과의 글로벌 공급망 협력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