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공백 6개월] 〈하〉 전문의 반토막 난 지역병원 전공의 이탈후 전문의 사직 잇달아… 의대 소속 88개 병원서 255명 떠나 상당수는 수도권 병원으로 옮겨… 지역병원선 협진 차질 등 조마조마
“다음 달부터 주 2, 3일은 심근경색 환자가 응급실에 와도 담당할 의사가 없습니다.”
올 2월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병원 이탈 이후 교수 19명이 사직한 부산대병원에선 심근경색 환자에게 스탠트 시술을 하던 순환기내과 교수 4명 중 1명이 병원을 떠났고, 다른 1명이 이달 말 그만둘 예정이다. 이 병원에서 의사 배치·운영을 담당하는 보직교수는 “인력이 절반으로 줄면 응급상황에서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의사 생활 30년 동안 이렇게 위기감을 느낀 적이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교수 14명이 떠난 양산부산대병원의 경우 간담췌외과 상황이 심각하다. 이 병원 관계자는 “간담췌외과 교수 4명 중 2명이 그만둬 담석증 등의 응급상황 대처가 어려워졌다”며 “교수 둘이 쉬거나 다른 수술을 할 때 환자가 오면 다른 병원으로 보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 “의대 증원으로 지방 전문의 이탈 가속화”
지역 국립대병원의 경우 전공의 이탈 후 “연구와 교육이 불가능해졌다”며 떠나는 40, 50대 교수가 많다. 전공의 업무까지 맡으면서 업무량은 크게 늘어난 반면 의대생과 전공의가 사라져 교육자로서의 보람을 느낄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달 10일까지 전국 40개 의대 소속 병원 88곳에서 1451명이 사직서를 제출했고, 255명은 병원을 떠났다. 오세옥 부산대 의대 교수협의회장은 “학생들을 지도하고 연구하면서 병원을 이끌 젊은 교수들이 많이 사라져 미래가 어둡다”고 말했다.
전문의 이탈은 해당 진료과뿐 아니라 병원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강원대병원의 경우 내과 전문의 2명이 최근 사직해 협진하는 다른 진료과 교수들까지 마음을 졸이고 있다. 이 병원의 한 산부인과 교수는 “산모에게 내과 질환이 있으면 함께 진료해야 한다”며 “최근 협진 일정이 지연되는 등 차질이 일상화돼 늘 조마조마한 상태로 환자를 보고 있다”고 전했다.
● 의대 증원 후에도 ‘수도권 쏠림 가속화’ 우려
사직한 비수도권 교수 상당수는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자리를 옮기고 있다. 수도권 대형병원의 경우 전공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더 많은 전문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보니 영입에도 적극적이다.
지역의료가 붕괴되면 의대 증원 이후 배출되는 의대 졸업생 및 전공의가 자리 잡을 터전도 사라진다. 오 회장은 “현재 대형병원들이 수도권에 추진 중인 신규 병원의 병상을 합치면 6600여 개나 된다”며 “이는 의대 졸업생과 전공의 수도권 집중을 가속화시키며 지역의료 상황을 더 악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소영 기자 ks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