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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달군 ‘K푸드 국대’… 농수산 식품 수출도 20% 성장

입력 | 2024-08-23 03:00:00

[2024 A Farm Show-창농·귀농 고향사랑 박람회]
K-농업, 미래를 일굽니다 〈5〉 세계로 가는 K푸드·농산물
국내 식품기업 해외시장 진출 가속
만두-라면 등 메가히트 상품 나오며… 한국 식문화에 대한 관심도 커져
김치-김 등 서구권까지 시장 넓혀



파리 올림픽 기간이었던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CJ제일제당 ‘비비고 시장’ 부스에 현지 방문객들이 K푸드를 체험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CJ제일제당 제공



“개최 전에는 방문객 대부분이 한국인일 것으로 예상했죠. 그런데 외국인이 80%나 되더라고요. 한 번 왔다 또다시 방문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습니다.”(대한체육회 관계자)

CJ제일제당은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11일까지 대한체육회 ‘코리아 하우스’ 내에 한국식 시장 형태의 부스 ‘비비고 시장’을 운영했다. 비비고 떡볶이와 김치를 만두, 주먹밥, 핫도그 등과 곁들인 콤보 메뉴 5종을 내놨다. 부스에는 K푸드를 체험하기 위한 외국인 수백 명이 끊임없이 몰려들었다. 매일 준비한 500인분이 평균 4시간 만에 품절됐다. 다양한 나라에서 찾아온 방문객들은 “조금 맵기는 하지만 중독성이 있다. 계속 손이 가는 맛이다” “프랑스 음식과는 다른 매력이 있다”는 평을 내놓으며 엄지손가락을 세워 보였다. 글로벌 시장으로 진격하는 K푸드의 가능성을 다시 한 번 확인시키는 장면이었다.

국내 식품기업들의 세계 시장 진출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해외 생산공장을 확대하면서 시장 기반을 더욱 공고히 다지고 있다. K푸드의 확산은 농수산물 등 국내산 식재료를 세계에 알리고 소비층을 넓힐 수 있는 기회로도 꼽힌다.

● 식품 수출 늘며 한국 식재료 관심도 커져

22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농수산식품 수출액은 120억1075만 달러(약 16조550억 원)로 2021년 98억7423만 달러에서 2년 만에 21.6% 늘어났다. 올해도 7월까지 73억6760만 달러를 수출해 작년 수준을 무난히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CJ제일제당의 ‘비비고 만두’, 농심 ‘신라면’, 삼양식품 ‘불닭볶음면’ 같은 메가히트 상품들이 나오면서 한국의 식문화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덕분이다.

식품기업들의 수출 호조는 국내 농수산물 소비량 증가로도 이어진다. 동원F&B가 일본, 태국, 미국 등 30여 개국으로 수출하는 ‘양반김’은 원재료인 김 전량이 국내에서 생산된다. 지난 40년간 농심이 ‘너구리’ 라면을 위해 사들인 다시마 누적 구매량은 1만7000t에 이른다. K푸드가 성장하면서 국내 농수산물 시장도 함께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한국 식품기업들이 경쟁력을 인정받아 중국, 미국과 같은 최대 소비시장은 물론 유럽, 동남아 등 자국 식문화가 강한 지역에서도 자리를 잡아 가고 있다”며 “앞으로도 각 기업의 해외 수출 비중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식품기업의 전체 매출 대비 해외 매출 비중도 점점 커지는 추세다. 올해 상반기(1∼6월) 국내 주요 식품기업의 해외 매출 비중은 CJ제일제당 48.8%, 농심 38.1%, 대상 33.2% 등 30%를 넘은 곳이 많았다. 같은 기간 삼양식품의 해외 매출 비중은 76.6%나 됐다.

● 서구권에 지어지는 김치·만두 공장

국내 식품기업들은 수출뿐만 아니라 해외 생산기지도 발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현지 시장과 소비자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고, 공급량을 확대해 브랜드 경쟁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비비고 만두’로 미국 만두 시장 1위에 오른 CJ제일제당은 미국에서만 1000억 원을 투자해 제품 브랜딩과 연구개발(R&D)에 집중하고 있다. 회사가 운영하는 해외 생산공장은 미국 20곳, 일본 4곳, 중국 4곳, 베트남 3곳, 독일 1곳 등 총 32곳에 이른다.

‘K라면’ 열풍의 중심에 있는 농심은 미국 2곳, 중국 4곳 등 총 6곳에서 현지 생산 공장을 가동 중이다. 농심은 미국 내 용기(容器)면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10월부터 로스앤젤레스(LA)에 있는 제2공장에서 신규 용기면 고속라인을 가동한다. 해당 라인이 증설되면 미국법인의 연간 생산가능량은 8억5000만 개에서 10억1000만 개로 약 20% 증가하게 된다.

매운맛과 향신료로 외국 소비자들의 진입장벽이 높다고 알려진 김치도 서구권에서 세를 확장 중이다. ‘종가’ 브랜드를 보유한 대상은 2022년 초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업계 최초로 대규모 김치 공장을 설립했다. 2025년에는 폴란드에도 신규 공장을 준공해 유럽에서도 본격적으로 김치 생산에 나설 계획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서구권에 김치 공장을 세운다는 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며 “그만큼 K푸드 수요의 폭이 넓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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