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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방류 1년…‘후쿠시마 오염수 감시’ 24시

입력 | 2024-08-23 14:08:00


“단장님, 방류 시설이 정지된 것 같습니다.”

올 3월 15일 오전 0시 14분.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모니터링을 총괄하는 권정완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모니터링 태스크포스(TF) 단장은 휴대전화로 이같은 내용을 보고받았다. 도쿄전력이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오염수 방류를 진행하는 가운데, 야간에 당직을 서며 방류 상황을 점검하던 ‘야간 보초’ 직원이 다급하게 전화를 걸어온 것. 직원은 후쿠시마현에서 발생한 지진 때문에 도쿄전력이 방류를 중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권 단장은 즉시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보고했다. 일본 매체가 후쿠시마현의 지진 발생을 보도하기 1시간 전 상황이었다.


● 45명이 3교대, 24시간 근무…‘야간보초’로 방류 모니터링도

24일 되면 도쿄전력이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오염수를 방류한지 딱 1년이 된다. 총 8차례 방류를 진행한 지난 1년 동안 방류 오염수와 우리 해역의 방사능 수치를 점검하는 KINS의 모니터링팀은 사실상 24시간 가동됐다. 동아일보는 대전에 있는 KINS 연구실을 이달 12일 찾았다. 모티터링 과정을 살펴 보고 작업을 총괄하는 권정완 단장과 연구원 등을 만났다.

정부는 지난 1년 간 도쿄전력이 방류와 함께 공개하는 오염수 관련 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했다. 수산물과 바닷물 대상으로 방사능 검사만 총 4만9633건 시행했다. 다행히 국제기준치를 넘긴 방사능 수치는 한 건도 검출되지 않았다. 다만 안심할 때는 아니다. 당장 일본이 오염수 발생 원인인 핵연료 잔해 제거를 전날 시작조차 못하고 중단하는 등 상황이 생기면서 오염수 방류 기간이 예상했던 30년 보다 길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정부는 산하 연구원 인력을 쭉 3교대로 투입해오고 있다. 일각에선 지금같은 모니터링 방식이 지속가능하기 힘들 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나온다.


도쿄전력이 공개하는 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하는 모니터링팀에 속해있는 김모 연구원은 지난해 8월 24일 오염수 방류 이후 열흘에 한번 꼴로 모니터링 당번을 서고 있다. 총 45명의 연구원으로 꾸려진 모니터링팀은 해수 방사능 농도를 확인하는 ‘해수 감시반’과 오염수 방류 설비 현황을 확인하는 ‘설비 감시반’으로 나뉜다. 각 반별로 ‘오전·오후·야간’으로 조를 나눠 방류 데이터를 분석하고 있는 것. 이날 ‘오전반’인 김 연구원은 출근하자마자 도쿄전력 홈페이지에 공개되는 방류 설비 운영 현황 등 각종 데이터를 정리하고, 방류 기준치에 맞는지를 분석해 공개했다. 도쿄전력이 밤낮 없이 2시간에 한번씩 새 데이터를 공개하고 있기에 분석 작업도 2시간 단위로 진행된다.

국내·외 해역 바닷물의 방사능 농도를 분석하는 박모 연구원의 연구실 앞 복도에는 바닷물 시료가 담긴 20리터(L) 들이 흰색 통 백여 개가 쌓여있었다. 연구동 1층 로비부터 2층, 3층 연구실 앞 복도까지 시료통들이 빼곡히 줄지어 있었다. 일본의 오염수 처리시설로 걸러지지 않는 ‘삼중수소’를 검출하기 위해 유리병 수십개에 바닷물을 담아 반복해 끓이고 전기분해한 뒤 삼중수소 양을 측정하는 것이 그의 업무다. 그는 국제원자력기구( IAEA)가 원전 현장에서 확보해 보내온 원전 오염수 시료 99건을 분석하는 일도 맡고 있다. 이는 도쿄전력이 제대로 된 정보를 공개하고 있는지 교차로 검증하기 위한 수단이다.

방류 현장을 점검하는 시찰단 3명도 2주에 한번 4박 5일 일정으로 한국과 일본을 오가고 있다. 오염수 방류 직전이었던 지난해 5월 정부는 19명 규모의 시찰단을 꾸려 현지를 방문했는데, 방류 이후엔 연구원 3명 수준으로 규모를 줄여 운영해온 것. 권 단장은 “3명 중 2명이 짝을 지어 2주에 한번씩 일본을 방문하고 있다”며 “주로 4박 5일 일정인데 현지에 머물면서 방류 현장에 있는 IAEA 관계자들과 면담하고, 현장 상황을 점검한다”고 전했다. 원전이 있는 후쿠시마 후바타군은 2011년 원전 사고 이후 관광객들 발길이 끊겨 ‘유령 도시’라고도 불리는 곳이다. 그런만큼 이곳을 격주로 오가는 시찰단과 호텔 및 식당 직원들은 이미 서로 안부 인사를 나눌 정도의 사이가 됐다고 한다.



● 끝 안보이는 방류…“모니터링 지속 가능성” 지적도

모니터링팀 총괄 책임자인 권 단장은 도쿄전력은 (방류 전에) 삼중수소 농도를 1L당 1500베크렐(Bq·방사능 단위) 이하로 희석시켜 방류하겠다고 했는데, 실제로는 이 수치의 13% 수준인 200여 베크렐만 방출되고 있다”고 했다. 200 베크렐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제시한 먹는 물의 삼중수소 농도 기준(1L당 1만Bq)의 2% 수준이다. 권 단장은 오염수 방류 이후 우리 해역의 방사능 물질 농도가 높아졌는지에 대해선 “유의미한 증가가 관측되지 않았다”며 “영향이 없다고 확실히 말할 수 있다”고 했다.

일본에선 100~150년 간격으로 일어났던 ‘난카이 대지진’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대해 권 단장은 “확인한 바론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는 난카이 지진이 예측되는 곳의 영향권에 있지 않다”며 “진도 5 이상의 지진이 일어나면 수동으로 정지할 수 있는 절차가 마련돼있고, 실제로 지진시 그대로 진행됐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당장 22일 도쿄전력은 오염수 발생의 주요 원인인 핵연료 잔해 반출을 시작하지도 못하고 개시 직전 연기했다. 그런 만큼 오염수 처리 기한이 당초 예상보다 훨씬 길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핵연료 잔해가 원전 밖으로 반출되지 않는다면 사고 원자로로 유입되는 빗물과 지하수와 뒤섞여 오염수가 계속 생겨날 수 밖에 없다. 정부 관계자는 “오염수 방류가 최소 30년 이상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지금같은 모니터링 시스템이 지속가능할지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또 “장기적으로는 인공지능이나 소프트웨어 등을 활용한 모니터링 방법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