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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미 작가, 키아프 서울- 개인전 ‘Thinking Birds’에서 신작 선보여

입력 | 2024-08-26 10:00:00

박선미 작가 작품


책을 그리는 작가, 앵무새 작가인 박선미 작가의 신작 ‘BaoBab과 BoBo Booby Bird’가 오는 9월 10일까지 스텔라갤러리에서 열리는 개인전 'Thinking Birds'와 9월 4일부터 8일까지 열리는 키아프 서울(KIAF Seoul) 본화랑을 통해 선보인다.

이번 작품은 박 작가의 경험담과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 챕터 Chapter 5: 어린이들아, 바오밥 나무를 조심하렴!', 박한선 교수의 저서 '인간의 자리', 그리고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1 장 중 '모방'에 대한 고찰을 담았다.

이 작품의 탄생 배경 중 하나로 박 작가가 Bobo Booby bird를 소재로 오랜 기간 그림을 구성해 나가던 시기, 한 작가들과의 모임에서 차기 그림의 주제를 묻는 질문에 답한 적이 있는데 3개월 후 다른 작가가 그 주제인 부비새를 그려버렸다고 한다.

박 작가는 "스티브 잡스는 분노에 의해 위대한 창업자가 됐다. 이 그림 또한 나의 분노가 작품으로 승화된 것이다. 이 작품이 나에게는 바오밥 나무를 알아볼 수 있는 눈을 주었다. 동화의 세계를 그리는 젊고 순수한 작가라는 설명을 의심 없이 믿은 나에 대한 각성”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를 통해 모방의 참의미와 예술에서의 재창조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고 덧붙였다.

신작 ‘BaoBab과 BoBo Booby Bird’에서 어린 왕자 속 바오밥 나무는 처음에는 어린 왕자가 지켜내고 싶었던 존재(SEIN)인 장미나무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조금만 늦게 손을 써도 땅속 깊이 뿌리를 내려 세 그루의 바오밥 나무가 자라도 행성이 터져버릴 정도가 되는 나쁜 풀로 변모한다. 어린 왕자는 바오밥 나무의 씨앗을 발견할 때마다 뽑아주고 지구의 어린이들에게 바오밥 나무의 위험을 인지하도록 말했다. 우리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들이 잘못된 방향으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작품의 Bobo Booby Bird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스페인 세계정복 시기 갈라파고스 섬 근처 부비새는 선원들을 좋아해 배로 날아오곤 하여 쉽게 잡히곤 했는데 하여 선원들은 바보라는 뜻을 가진 Booby 새라고 이름을 붙였지만 부비새는 근처에 물고기 떼가 많았기 때문에 날아온 것이고 사실은 척박한 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전략적으로 행동하는 새였다. '카인의 후예'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가끔 두개의 알을 낳게 되면 며칠 먼저 부화한 아기새는 동생을 둥지 밖으로 밀어내고 혼자만 자라게 된다. 카인이 아벨을 죽인 후, 야훼의 물음에 '제가 아우를 지키는 자입니까?'라고 얘기한 것처럼, 부비새는 전략적인 새이지 동화나라의 새가 아니다.

인류 최초의 문학 이론서인 '시학'(이성인 옮김) 1장에서 아리스토텔레스는 “시인을 시인이게끔 하는 것이 모방이고, 행위를 통해서 은유의 창작자이기보다 구성의 창작자가 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예술은 Copy, 즉 도용이 아닌 Representation, 재창조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박 작가는 “예를 들면 자연에서의 앵무새를 관찰하고, 그리는 행위를 하고, 다시 재창조하는 것이 예술”이라며 “시학이 주는 감동은 '읽을거리'나 ‘볼거리'가 아니라 '생각거리'이며, 바오밥과 부비새가 생각거리가 되기를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최용석 동아닷컴 기자 duck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