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발코니 매달려 얼어붙은 아이, 몸던져 구한 브라질 이민자…스페인 “영웅”

입력 | 2024-08-23 15:41:00

최근 스페인 동남부 해안 도시 알리칸테의 한 건물에 어린아이가 매달려 있자, 도장공인 펠리페 다비드 수자가 구하러 가는 모습. 엑스(X·옛 트위터) 캡처 @ngelMuo17312867


스페인에서 건물 발코니에 위태롭게 매달린 어린아이를 구한 브라질 이민자가 ‘영웅’ 찬사를 받게 됐다.

22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스페인 동남부 해안 도시 알리칸테에 거주하는 도장공인 펠리페 다비드 수자(29)는 전날 작업실에서 퇴근 준비를 하다 비명을 들었다. 깜짝 놀란 수자는 비명이 들린 바깥을 내다봤다.

건물 밖의 많은 사람은 수자 옆쪽의 발코니를 가리켰다. 어린아이 한 명이 4층 발코니 난간에 한 다리를 걸친 채 매달린 상태였다. 사람들은 아이에게 건물 안으로 들어가라고 외쳤지만, 아이는 공포에 질려 얼어붙었다.

수자는 곧장 난간을 넘어 아이에게 접근하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이 다가가는 게 아이를 놀라게 하진 않을지 걱정이었다. 수자는 좁은 난간을 꼭 붙잡은 채 조심스럽게 옆으로 움직였다.

드디어 아이에게 다다른 수자는 아이를 안심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난간을 넘어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후 부드럽게 아이의 등을 밀면서 아이가 무사히 집 안으로 들어가도록 도왔다.

상황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수자의 용감한 행동에 환호하며 박수를 보냈다.

수자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구조에 나섰다고 밝혔다. 그는 “아이가 침착하게 있을 수 있도록 아이를 응시하면서 다가갔다. 아이가 움직이지 않길 바랐다”며 “짧은 거리였지만 너무 길게 느껴졌다”고 회상했다.

아이는 올해 여섯 살이다. 프랑스인 여행객으로 알려진 아이 부모는 사건 당시 잠들어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9년째 스페인에서 생활 중이라는 수자는 그간 여러 차례 인종차별을 겪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만약 비슷한 상황이 또 생긴다면 부모 된 입장으로서 주저 없이 나설 것이라고 했다.

훌리오 칼레로 알리칸테 시의원은 수자의 영웅적인 행동에 찬사를 보낸다고 밝혔다. 칼레로 시의원은 오는 11월 시 차원의 시상식을 열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