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예견된 참사’ 아리셀 화재…첫 군납부터 품질검사 조작

입력 | 2024-08-23 16:54:00

47억 원의 전지 부정 납품




경기 화성시 서신면의 일차전지 제조 업체인 아리셀 공장. 2024.6.24/뉴스1

올해 6월 공장 화재로 23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경기 화성시 리튬전지 제조업체 아리셀이 2년 넘게 군 품질검사를 조작해 납품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남부경찰청은 23일 오전 화성서부경찰서에서 아리셀 화재 사고와 관련해 고용노동부와 합동브리핑을 열었다. 경찰은 수사본부를 편성해 아리셀 등 3개 업체 13곳을 압수수색했고 4차례에 걸쳐 화재 현장 합동 감식도 진행했다.

경찰 조사 결과 아리셀은 2021년 12월 군에 첫 납품을 했는데, 이때부터 품질 검사용 전지를 별도로 만들어 검사용 시료와 바꿔치기하는 수법으로 데이터를 조작했다. 이런 방식으로 올해 2월까지 약 47억 원의 전지를 군에 부정 납품했다.

김종민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 사고 수사본부장이 23일 오전 경기 화성시 화성서부경찰서에서 열린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 사고 수사결과 브리핑’에서 수사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2024.8.23. 뉴스1

하지만 올해 4월 국방기술품질원이 무작위로 선정한 시료를 아리셀이 바꿔치기하는 과정에서 서명을 위조한 사실이 드러났다. 2월 이후 리튬전지 23만5000여 개(34억 원 상당)를 방위사업청에 납품하는 계약이 남아있던 아리셀은 ‘규격 미달’ 판정을 받으면서 납품 물량을 다시 생산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때부터 아리셀은 생산 목표를 평소 2배인 ‘하루 5000개’로 올리는 등 제조공정을 무리하게 가동했다.

인력공급업체로부터 근로자 53명을 불법으로 공급받아 교육도 없이 현장에 투입하면서 케이스 찌그러짐이나 전지 내 구멍 등 제품의 불량률이 치솟았다. 경찰 관계자는 “납기일을 맞추기 위해 미숙련공을 동원해 무리하게 생산에 나서면서 화재가 난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경찰은 피의자와 참고인 103명을 131회에 걸쳐 조사해 이 중 18명을 입건하고 이 중 박순관 대표 등 4명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업무상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박 대표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도 적용됐다.


조영달 기자 dalsar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