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수도권 송전선로 종착지 역할 한전 “행정소송 등 모든 방안 강구” 하남시 “주민 의견 수렴 절차 없어”
한국전력의 경기 하남시 변전소 증설 계획이 지자체와 지역 주민의 반대에 부딪히며 수도권 전력 공급에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해당 하남시 변전소는 동해안∼수도권을 잇는 송전선로의 종착지 역할을 하는 곳이다. 한전은 행정소송 등을 검토 중이다.
한전은 23일 하남시의 ‘동서울 변전소 옥내화·증설사업’ 인허가 불허 결정과 관련해 입장문을 내고 “향후 수도권 전력 공급에 큰 차질이 발생할 수 있어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서철수 한전 전력그리드 부사장은 “동서울 변전소는 동해안 지역의 대규모 발전력을 수도권에 수송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핵심 설비”라며 “향후 이의 제기와 행정소송 등 가능한 모든 절차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한전은 수도권 전력망 확충을 위해 경북 울진에서 신가평을 거쳐 동서울 변전소까지 잇는 총길이 280km의 ‘동해안∼수도권 초고압직류(HVDC) 송전선로’를 2026년까지 건설할 계획이다. 그 일환으로 하남시 동서울 변전소의 시설을 증설하고 기존 전력 설비들을 신축 건물 안으로 이전하는 작업을 추진해 왔다.
문제는 변전소 증설이 늦어질 경우 수도권 전력 수급 차질은 물론이고 경기 용인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조성에도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2050년까지 조성이 예정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는 수도권 전체 전력 수요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10GW(기가와트)의 전력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해 하남시 관계자는 “한전이 주민 의견 수렴 절차 없이 증설 입지를 확정했다”며 “약 4만 명이 살고 있는 주거단지와 교육시설이 인접해 있고, 건축법령상 공공복리 증진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세종=이호 기자 number2@donga.com
조영달 기자 dalsarang@donga.com